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4ㆍ27 재ㆍ보궐선거에 이어 다시 한번 선거전에서 트위터 등 SNS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도대체 SNS의 위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SNS, 특히 트위터의 가장 큰 무기는 우선 빠른 전파속도다. 선거나 후보 관련 정보를 방송이나 인터넷보다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특성은 트위터가 이번 선거에서 탁월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동력이다.
26일 오후 4시, 박 후보 캠프 우상호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가졌다. 그는 "박 후보가 나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긴급 상황이다. 전 지역에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의 발언은 순식간에 트위터 타임라인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트위터는 2시간 후 퇴근하기 시작한 20~40대 '넥타이 부대'의 투표심리를 자극, 선거 막판인 오후 6시~8시의 투표율을 이전 시간대보다 8%포인트나 끌어올리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사적으로 TV를 시청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기가 거북한 상황에서 트위터는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동 중에도 선거 관련 정보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민심을 적극 표출하도록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객관적으로 트위터 메시지의 전파 속도를 계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하는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쓴 '투표율 50%를 넘기면 나꼼수 서울 앙코르공연 무료' 트윗이 1시간 만에 1,300여 차례 리트윗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트위터의 정보 전달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파 속도가 빠른 트위터는 '파워 트위터리안'의 강력한 정보 확산력과 만나면서 위력을 키운다. 이번 선거에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설가 이외수 공지영, 방송인 김제동, 가수 이효리 등 파워 트위터리안들은 몇번의 트윗 의견을 대중의 여론으로 키우는 막강한 확장성을 증명해 보였다. 98만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이외수씨의 25일 투표 독려 트윗 메시지는 27일 오후 2시까지 1,891회 리트윗 됐다. 이 리트윗 숫자에 우리나라 트위터 가입자 평균 팔로워 숫자(126명ㆍ블로터닷넷 조사)를 곱하면 대략 몇 명에게 트윗이 전달됐는지 알 수 있는데, 그 숫자가 23만 8,266명에 달한다. 여기에 이외수씨의 순수 팔로워 98만여 명을 합하면 무려 1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에서 잉크가 번지듯 소수 유명인의 의견이 눈깜짝할 사이에 공감을 얻으며 급속히 대중의 여론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26일 하루 동안 트위터에는 투표를 증명하는 '투표 인증사진(일명 인증샷)'으로 가득 찼다. 소셜미디어분석서비스 소셜메트릭스에 따르면 '인증샷'이 포함된 트윗은 이날 하루에만 무려 2만7,074건이나 됐다. '인증샷'트윗은 오전 10시~11시에 3,04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오후 5시까지 시간당 1,000여건으로 줄어들다 이후 다시 시간당 2,000건에 육박했다. 이들 사진은 투박한 투표 독려 메시지보다 더 강하게 20~30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가게 만들었다. 이처럼 트위터는 신문이나 방송, 심지어 인터넷처럼 심각한 미디어가 아니라 그야말로 사용자들이 즐기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놀이 공간'적 성격이 강한 정보 채널이다. 투표 인증샷은 트위터의 유희적 속성, 트위터리안들의 즐기는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촉매 역할을 했다.
이처럼 선거전에서 나타난 SNS의 위력은 과거 라디오, TV,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마찬가지로 '미디어로서의 희귀성'효과라는 의견도 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SNS는 주류 미디어들이 다루지 않는 비주류 정보들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수용자들이 갈증을 풀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며 "새롭게 출현한 미디어는 어김없이 선거 캠페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일명 '뉴미디어 효과'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