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감독의 주범인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특허청 관세청 등의 공직자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전관예우 금지' 대상을 확대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30일 이전에 로펌(법률회사) 등으로 이직하기 위해서다. 일부 공직자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법"이라며 헌법소원도 불사할 태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금감원을 퇴직한 직원은 18명에 달한다. 대부분 김앤장, 태평양 등 로펌과 삼성생명 등 관련 업계로 이직했다. 추가로 사직 의사를 밝히는 직원이 잇따르고 있어 이달 중 30명 안팎이 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자연 퇴직이 월 1~2명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엑소더스(대탈출)' 수준이다.
대전청사에 있는 특허청도 최근 고위공무원과 과장급 직원 등이 잇따라 로펌행을 택했고, 관세청도 서기관 등 10여명의 중간 간부가 공직을 떠났다. 고액 연봉을 주는 관련 업계로의 이직이 막히기 전에 탈출하려는 의도라는 게 관가의 분석이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금감원 직원은 퇴직 전 5년(애초 3년)간 맡았던 업무관련 분야에 퇴직 후 2년간 취업이 금지되며, 재산등록 대상도 2급 이상(217명)에서 4급 이상(1,159명)으로 확대된다.
금감원 노조는 이 법의 시행을 막지 못했다며 수석부원장과 기획·총괄 담당 부원장보의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공직자들은 "명백한 위헌 법률"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 등 각계에선 "공직자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맹성을 촉구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저축은행 사태를 일으킨 조직에서 제 살길 찾겠다는 개인이기주의와 밥 그릇을 지키려는 조직이기주의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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