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뿔이 하나 달린 사람은 아니죠."
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시민운동가에서 행정가로 변신을 시작했다. 박 시장은 이날 첫 출근 직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13층 대회의실에서 시 간부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기죽지 마시고 걱정하지 마시고 즐겁게 일하자"고 말했다.
시민운동가 출신 시장에 대한 공무원들의 긴장과 우려를 의식한 듯 박 시장은 협조를 당부하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일을 잘한다고 들었다"며 "조직마다 원리나 활동방식이 다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의사소통 방식보다 아래서 위로 가는 것을 좋아한다. 때로는 대들고 비판을 해 달라"고 했다. 박 시장은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인사를 급하게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간부님들 모두 맡은 자리에서 새로운 분위기로 일해 달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첫날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아침 6시30분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으로 시작해 오후 5시 영등포 쪽방촌을 찾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상인들에게 당선 축하인사를 받으며 "책상머리에서 연구하는 것보다 경청을 통해 답을 찾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분향한 뒤 방명록에 '함께 가는 길'이라는 글을 남겼다.
박 시장은 지하철을 타고 첫 출근을 했다. 서울현충원 인근 동작역에서 지하철 4호선을 탄 그는 1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오전 9시10분쯤 시청에 도착했다. 그는 "(지하철에서) 시민이 시장을 만나는 게 뭐 특이한 일인가. 한 번 행사가 아니라 계속 이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후보 시절 카니발 차량을 타던 박 시장은 오후에는 시 소유의 11인승 카니발을 이용했다. 서울시장에게는 3,500㏄급 관용차가 제공된다. 비서실장에 내정된 권오중 선거캠프 상황부실장은"경호, 접견 등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관용차와 공관 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한 게 없다"고 밝혔다.
'무소속 야권 단일 후보'라는 타이틀로 당선된 박 시장은 야권 공조를 이어가는 데도 공을 들였다. 오전에 민주당을 방문했고, 오후에는 공동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했던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을 잇따라 찾았다. 그는 민노당 이정희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공동정부운영협의회를 잘 운영해 야권과 늘 시정을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 사항인 공동정부운영협의회 대해 박 시장은 "자문기구를 통한 협치가 박원순 시정의 핵심"이라며 "서울 시정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처럼 행정기관의 독단적 운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정의 독립적 위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공동정부운영협의회는 자문기구일 뿐이고 의결기구로서 시의회가 존재해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시장은 서울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시의원들과 만나 민생예산 테스크포스 구성, 정책협의회 정례화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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