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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카운셀러] 아내가 자꾸 옛날 얘기 들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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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카운셀러] 아내가 자꾸 옛날 얘기 들춰요

입력
2011.10.2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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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정서적인 측면 중요시… 진심으로 들어주면 사라져

(한국일보 건강면은 '마음카운셀러'란 이름의 상담실을 운영합니다. 일상 속 고민이나 힘든 마음 이야기를 precare@hk.co.kr로 보내주시면 대신 전문가에게 상담해드립니다.)

아내는 제가 잘못한 일을 10년도 넘게 계속 들먹이며 괴롭힙니다. 제발 그만 좀 하라고 해도 화가 나면 똑같은 말을 반복하죠. 심지어 십 수년 전 싸우면서 제가 지었던 표정이 어땠는지까지 따질 때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아요. 마음을 다스리며 대화로 풀어야지 하다가도 아내가 과거 얘기를 꺼내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고 대화는 끝나고 말죠. 아내는 과거 일을 떠올리며 자신의 분노를 더 키우기만 하는 것 같아요. 왜 여자들은 안 좋은 일을 그리 오래 담아두는지 모르겠어요. 아내의 안 좋은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약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입니다. 40대 초반 직장인(경기 성남시 수진동)

상담하러 오는 부부 중 많은 남편이 이런 불만을 호소합니다. 심지어 일흔이 넘은 분도 아내가 50년 넘게 같은 이야기를 꺼낸다며 답답해하지요. 10년도 더 된 일을, 남편은 잊은 지 오래지만 아내는 당시의 표정까지 기억하는 게 가능합니다. 사람의 감정은 기억력에 영향을 주죠. 세세하게 기억한다는 건 당시 마음의 상처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감정 몰입의 정도는 남녀 간에 큰 차이가 있어요. 인간관계에서 여성은 정서적인 측면을, 남성은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친밀감을 더 소중히 여기는 아내는 갈등 상황이 생기면 남편보다 더 크게 실망하고 더 강하게 기억하게 되지요. 그게 마음 깊이 저장됐다가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봇물 터지듯 분출됩니다.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터질 기회만 엿보고 있는 거죠.

아내의 반복되는 불평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들어주는 거에요. 그러면 사라집니다. 아마 믿기 어려우실 겁니다. 사실 들어줄수록 불평이 늘 것 같아 사전에 막고 외면하려 했던 게 남편의 숨겨진 마음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편은 "그만하라"고 회피함으로써 오히려 아내의 기억을 강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마주앉아 대화하는 용기야말로 남편의 가장 중요한 자격이에요. 많은 남편들이 이런 자격과 용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지요. 오늘 한번 해보세요. 귀 기울여 듣고 진심으로 공감해줄 때 아내는 비로소 나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박성덕 용인정신병원 부부 가족상담클리닉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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