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비리와 조직폭력배 난동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조현오 경찰청장이 해당 지휘부에 단행한 징계인사를 놓고 내부 논란이 거세다. 잘못은 잘못이지만 수긍하기 어려운 수준과 방식이어서 구성원들의 사기는 꺾이고, 조직은 분열되는 양상이다.
인사 단행 이튿날인 26일 내부 게시판과 구성원들 사이에는 징계로 군기를 잡고 있는 조 청장에 대한 비판이 폭주했다. 완곡한 표현이 사용됐지만 행간에는 청장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묻어났다.
한 경찰관은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신속한 징계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억울한 일은 없도록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뒷돈을 받고 장례식장에 시신을 넘긴 유착의 경우 수년간 이어지다 이번에 터진 것인데, 올해 부임해 일을 보던 서장에 대한 중징계가 과연 합당한 수준이냐는 것이다. 전날 대기발령 받은 이주민 전 영등포서장은 올 1월 부임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청장의 기분에 따라 징계 수위와 폭이 결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폭 흉기 난동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징계 받은 경찰들에 대한 평가도 비슷했다. 한 경찰관은 "현장 경찰 책임문제를 논할 것이 아니라 경찰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를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현장출동 경찰보다 경찰에 권한은 부여하지 않고 일이 생기면 책임만 묻는 현 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팔 다리 없는 경찰을 만들어 놓고 무한한 능력을 가진 슈퍼맨으로 몰아세우는 현실이 무정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2개월 사이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시위대의 경찰 감금, 서울 남산 이승만 동상 부실 경비, 장례식장 비리, 조폭 난동 등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은 치안감급 간부 등 10여명. 부하직원에 대한 경찰수뇌부의 강한 책임추궁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강이 바로 세워지기는커녕 사기저하와 수뇌부 불신이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한 경찰관은 "1차 책임은 현장 경찰이 지더라도 결국엔 조직 전체의 흠으로 본다면 수뇌부가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부하들만 쥐 잡듯 때려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발은 급기야 음모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단행된 징계 인사가 경찰 조직을 위한 게 아니라 청장 자신을 위한 이벤트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연이은 치안부실과 비리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비난이 홍수를 이룰 때 청장은 고강도 징계를 통해 비난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며 "청장 자신의 이미지는 좋아질지 몰라도 그가 떠난 뒤의 조직에는 상처만 남는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 안팎에는 조 청장의 내년 총선 출마설, 입각설 등이 나돌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무연고 시신에 대한 특정장례식장 안치 비리 차단 대책으로 유족이 확인된 경우 유족이 원하는 장례식장으로, 무연고나 유족 확인이 곤란한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춘 장례식장에 번갈아 운구키로 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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