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가 출신인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보선 승리의 최대 원동력은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은 어느 때보다 강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정치권 전체가 흔들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시장 보선 출마 의사를 밝힌 직후 박 후보의 지지율은 5%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검토하던 안 원장이 출마 의사를 접고 박 후보에게 양보한 뒤 박 후보의 지지율은 50%에 육박할 정도로 수직 상승했다.
박 후보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혼전을 거듭하던 선거전 막판에 안 원장의 박 후보 지지선언이 사실상 이번 선거의 ‘분수령’이었다는 분석도 많다. 안 원장은 선거를 이틀 앞둔 24일 박 후보 캠프를 방문, 지지를 선언하면서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로자 파크스의 사례를 인용해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안 원장의 호소로 중도층과 무당층의 투표 참여 열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있다. 박 후보 측은 “안 원장의 막판 지지 선언으로 지지율이 2~3% 포인트 정도 더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 4ㆍ27 재보선에서 위력을 떨친 야권 후보 단일화도 이번 선거의 주요 승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가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지사에게 밀리고, 4ㆍ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선에 나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에서 패한 것을 제외하고는 4∙27 분당을 보선 등 대부분의 선거에서 모두 야권 단일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는 위력을 발휘했다.
임기 말 반여(反與)정서도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여권 내에선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 야권의 승리는 예정된 결과였다”는 자조 섞인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 소속의 오세훈 전임 시장은 무상급식을 둘러싼 시의회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주민투표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해 이념 대립을 격화시켰고, 주민투표 결과 개함 요건을 갖추지 못하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책임이 애초 한나라당에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거 기간 불거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도 악재로 작용했다.
또 박 후보 측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30대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 낸 점도 승리에 적잖이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집요한 네거티브 공세는 결과적으로 역풍을 맞은 셈이 됐다. 또 나 후보는 오 전 시장의 그늘을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 기간 내내 ‘오세훈 시정’과의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거 막판 불거진 고가의 강남 피부 클리닉 논란 등도 나 후보의 지지율을 주춤거리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