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패배는 사실 인생의 첫 좌절이나 다름없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판사와 변호사를 거쳐 지금의 재선 의원에 오르기까지 그는 거침없이 '승리의 길'만을 걸어왔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공보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첫 배지를 달고 당 대변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18대 국회에서 지역구인 서울 중구에서 당선된 뒤 지난해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는 오세훈 당시 시장에 이어 2위에 오르면서 차기 시장 후보감이란 닉네임을 추가했다.
특히 올 7월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부문은 1위, 실 투표자 수까지 다 합한 전체 성적은 3위로 최고위원단에 합류해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차세대 여성 리더란 말도 듣게 됐다.
하지만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뛰어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거 패배로 일단 나 후보는 내년 4월 총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선거에 나서면서 의원직도 내놓은 상태다.
나 후보는 일단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면서 내년 총선을 차근차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의 직함은 남아 있지만,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 후보가 당의 활로 개척에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나 후보가 스스로 최고위원 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나 후보의 선거 패배를 놓고 당내에서는 치열한 당내 경선이 없었던 부분과 이석연 변호사와 여권 후보 단일화 경선이 무산된 점 등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불리했던 선거 초반 상황에서 나 후보가 나름대로 선전하며 격차를 좁혔다는 긍정적 여론도 적지 않다. 나 후보는 당분간 낮은 자세로 당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재기를 위한 정중동의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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