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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기업 IBM, 100년 만에 첫 여성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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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기업 IBM, 100년 만에 첫 여성 CEO

입력
2011.10.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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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 IT기업인 IBM에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CEO가 탄생했다. 가장 남성적인 기업으로 유명한 IBM의 여성CEO 탄생은 커다란 변화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BM은 26일 버지니아 로메티(54ㆍ사진) 수석 부사장을 CEO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현 새뮤얼 팔미사노 CEO는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고, 로메티 부사장이 내년 1월1일부터 CEO로 정식 취임하게 된다.

로메티 부사장의 CEO 선임은 IBM에서조차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1911년 6월에 설립된 IBM은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해 상표명인 'PC(Personal Computer)'를 보통 명사로 만든 업체이지만, 원래는 메인 프레임 등 기업용 대형컴퓨터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기업 문화도 매우 남성적인 편이다. IBM의 별칭인 '빅 블루'는 푸른색 로고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 직원이 짙은 감청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 양말 색까지 통일해서 신어야 했던 군대식 드레스코드에서 유래했다. 물론 이런 관행은 루 거스너 전 회장이 1995년에 '노 타이' 선언을 하면서 사라졌지만, 미국기업으로는 드물게 지금도 각종 행사 때마다 사가(社歌)를 부를 정도로 남성적 기업문화는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로메티 CEO 내정자가 이처럼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를 뚫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실적이 탁월했기 때문. 그는 IBM이 과거 하드웨어 회사에서 오늘날 IT컨설팅 회사로 탈바꿈한 결정적 계기를 만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81년 시스템 개발자로 IBM에 입사해 30년 간 일한 그는 2002년 PC와 프린터 등 IBM의 상징적 사업이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하드웨어 부문을 매각하자고 주창했다. 또 대형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를 인수하고 수익성이 높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위주로 사업을 개편하는 경영개혁도 그가 주도했다. 그는 2009년 영업을 총괄하는 판매ㆍ마케팅ㆍ전략담당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한 뒤에도,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IBM은 60세가 되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독특한 전통을 갖고 있다. 마이클 대니얼스 글로벌서비스 대표, 로드니 킨스 하드웨어 수석부사장 등이 차기 CEO후보군을 형성하며 경합했지만, 이미 60세에 근접해 로메티 내정자가 최종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IBM은 그에 대해 "지난해 990억 달러의 순익을 기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IBM이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팔미사노 현 CEO도 "그는 CEO가 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며 "여성이라는 성별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메티 CEO 내정으로 최근 미국 주요 IT기업들의 여성CEO 약진이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최근 맥 휘트먼 전 이베이CEO가 HP 수장으로 임명됐고, 앞서 제록스에는 미국 500대 기업(포춘선정) 사상 최초의 흑인여성 CEO인 우르슐라 번스 대표가 맹활약하고 있다. IT분야는 아니지만 펩시콜라의 인드라 누이, 듀퐁의 엘렌 쿨먼 등도 각광받는 여성CEO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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