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26일 오후 11시께 선거 캠프가 차려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를 찾아 "이번 선거결과에 나타난 시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나 후보는 "정치권이 더 반성하고 더 낮은 자세로 변화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이겠다"며 "이번을 계기로 다시 한번 저희가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이어 캠프 관계자들과 악수를 하며 잠시 머문 뒤 말없이 떠났다. 캠프 관계자들은 나 후보가 떠난 이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지키며 아쉬워했다. 한 관계자는 "한때 출구조사에서 앞섰다는 소식도 있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는 개표 내내 침통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이미 오후 8시 방송 3사(KBSㆍMBCㆍSBS)와 YTN 출구조사 결과 나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4%포인트에서 9.2%포인트까지 뒤진 것으로 나오자, 당사 선거상황실에 모여있던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홍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 20여명은 이날 오후7시50분께 당사 2층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 도착해 굳은 얼굴로 개표 방송을 지켜본 뒤 개표 초반 박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내 자리를 떴다.
홍 대표는 당사를 나서면서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며 "비록 서울시장에서 졌지만 8개 지역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선거다. 앞으로 수도권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지도부는 27일 긴급 최고위원단 조찬회동을 갖고 서울시장 보선 패배에 따른 수습책을 논의한다. 조찬회동에선 선거패배에 따른 수습책, 향후 당의 진로, 지도부 책임론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현재 당내에선 마땅한 대안이 없는 만큼 홍 대표 체제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고서는 해법이 없다는 원칙론이 충돌하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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