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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업체 비상벨에 경찰들은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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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업체 비상벨에 경찰들은 '죽을 맛'

입력
2011.10.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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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탕이어도 어쩔 수 없죠. 사설경비업체 고객도 엄연한 국민이니까."

금융회사가 밀집된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경찰들은 경비업체 비상벨 관련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경비업체가 설치한 비상벨에서 긴급 경보가 울리면 이 업체들은 곧바로 112에도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도 동시에 출동해야 하는 것. 비상벨 때문에 여의도지구대 경찰들이 출동하는 횟수는 하루 평균 4, 5회나 된다.

문제는 출퇴근 시간대에 대부분 집중되는 경비업체 신고의 90% 이상이 결과적으론 오인 신고라는 점이다. 여의도지구대 김모 순경은 "현장에 가보면 은행 직원이 실수로 벨을 누르거나 크고 작은 공사로 경보기가 울린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허탈해했다.

비상벨 오인신고에 시달리는 건 이곳만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설경비업체를 통해 경찰에 접수되는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에만 31만275건. 그런데 이중 92%는 범죄와 관련 없는 오인신고였다. 관내에 사무실이 많은 청담지구대 소속 서모 경위는 "일주일에 10회 넘게 이런 신고로 출동하는데 강풍이나 비 때문에 외부센서가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인신고가 잦은 데도 불구하고 경비업체들이 우선 현장확인 보다 112신고를 먼저 하는 것은 위험 회피 및 편의적 성격이 짙다. 한 경비업체 관계자는 "현장이 직원 위치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일단 112 신고부터 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행범 체포는 누구나 가능하지만 흉기를 든 강도가 침입한 경우 가스총과 3단봉만 소지하고 있는 우리 직원이 경찰 도움 없이 진압하기 어려워 신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사설업체가 돈을 벌기 위해 설치한 비상벨 신고에 경찰이 무조건 출동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력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경찰 공백이 생기고 오인 신고로 경찰력이 낭비되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한 지구대 관계자는 "현장에선 우리보다 늦게 도착하는 경비업체 직원을 기다려야 하고 경보가 울린 원인까지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오인 신고라도 해결까진 30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여의도지구대 관계자는 "집단 폭력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 순찰차 2~3대가 필요한데 오인 신고로 순찰차 1대가 출동해버리면 업무에 지장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경찰과 경비업체간의 유기적 협조체제 이면에는 전관예우 문제도 깔려 있다. 경비업계 관계자는 "대형 경비업체가 주로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을 고문으로 스카우트하는 이유 중 하나도 경찰의 원활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은 긴급하지 않은 경우 경찰과 경비업체 직원이 동시에 출동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체에 적외선 탐지기 대신 현장의 상황을 살필 수 있는 폐쇄회로TV 설치를 권장, 범죄 정황이 확인될 때만 신고토록 하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국민 전체의 치안을 담당하다 보니 사설경비업체의 신고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내년 초 오인 신고를 줄이는 방안을 담은 경비업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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