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포가 빠졌음에도 전주성의 벽은 높았다.
전북 현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구단으로서 남다른 사명감을 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 나섰다.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명문클럽 알 이티하드. 전북은 알 이티하드와 4강 1차전에서 3-2로 승리를 거뒀음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알 이티하드가 한국이 '약속의 땅'이라고 도발했기 때문. 전북은 2004년 챔피언스리그 4강 홈 경기에서 알 이티하드와 2-2 무승부에 그치는 바람에 우승 기회를 놓쳤다. 또 성남과 부산 역시 알 이티하드에 홈에서 0-5로 대패하면서 K리그 구단의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K리그의 명예회복을 노린 전북은 간판 공격수 이동국이 종아리 부상으로 제외됐음에도 '닥공(닥치고 공격)'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북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알 이티하드와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1ㆍ2차전 합계 5-3으로 승리한 전북은 2006년 이후 5년 만에 아시아무대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전북이 결승에 오르면서 K리그는 포항, 성남에 이어 3년 연속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배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전북은 내달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과 알 사드(카타르)의 승자와 우승트로피를 놓고 다투게 됐다.
전북의 '녹색 용사'들은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정성훈과 에닝요, 서정진이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11분 나이프 하자지가 조성환에게 안면 박치기를 하면서 퇴장당하자 전북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전북의 에닝요는 전반 21분 정성훈이 헤딩으로 떨궈준 공을 잡아 저돌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린 뒤 왼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전반 36분에는 에닝요가 좀처럼 보기 힘든 볼거리를 연출했다. 오른쪽 코너킥을 그대로 골로 연결한 것. 절묘하게 휘어들어간 공은 골키퍼의 손을 스치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2-0으로 전반을 마친 전북은 후반 16분 에닝요 대신 로브렉을 투입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전북은 27분 웬델에게 실점을 허용했지만 추가골을 위해 마지막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으면서 공격축구의 진수를 뽐냈다.
전주=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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