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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나가수' 조규찬 탈락이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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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나가수' 조규찬 탈락이 말해주는 것

입력
2011.10.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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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중 휴학하고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 조규찬이 지난 23일 방송된 2차 경연에서 고배를 마셨다. 뮤지션들이 사랑하는 뮤지션은 그렇게 단 두 곡을 선보이고 '나가수' 최단기간 출연 가수 불명예를 안고 퇴장했다. 그러나 이건 조규찬의 실패가 아니라 '나가수'의 실패다. 더는 이 무대에서 조규찬 같은 가수를 보기 어려울 것이기에.

가수라면 누구나 정확한 음정과 박자를 추구하지만 조규찬은 완벽주의자로 불린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그의 스타일은 자칫 밋밋할 수도 있지만 담백하다. 1989년 제1회 유재하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데뷔한 조규찬은 절제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23년차 가수다. 그리고 그간 지켜온 색깔을 '나가수' 무대에서도 고집했다.

음악 이외의 것들이 많이 작용하는 무대에 걸맞은 옷을 갈아 입었어야 했지만 조규찬은 원곡 훼손을 거부했다. 1차 경연에서 박기영과 함께 환상적인 화음을 보여준 임재범의 곡 '이 밤이 지나면'은 첨가한 스캣 애드리브를 빼면 어딘지 심심하다는 인상을 줬다. 2차 경연 때도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최성원의 발라드곡 '이별이란 없는 거야'를 불렀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히트곡 '제주도의 푸른 밤'을 두고 굳이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 꼭 소개하고 싶다"며 이 곡을 고집했다.

처음 시도한 듀엣으로 1차 경연을 치렀고, 2차 경연 역시 섬세한 보컬을 살리기 어려운 산만한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점 등 운이 따르지 않은 것도 탈락의 요인이긴 했다. 하지만 탈락하고도 곡 선정이나 편곡을 아쉬워하기 보다는 "노래를 못했다"고 자책하는 순진함을 보인 그는 애당초 '나가수'에서 길게 갈 가수는 못됐다.

이제 누구나 안다. '나가수'의 편곡이 어떤 패턴인지. 2절에서는 임팩트를 주며 양념을 쳐 감동을 극대화하고, 때론 파격적인 의상이나 춤으로 눈을 즐겁게 해야 좋은 점수를 얻는다는 것을. 청중평가단의 선호도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공정하긴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노래 잘하는 가수를 재조명한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임이 드러났다. 콘서트 현장에서 내지르는 창법과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혼을 쏙 빼놓는 가수가 더 많은 관중을 사로잡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엽, 김연우에 이어 조규찬의 '단명'에서 보듯이 발라드 가수들은 이 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울먹이는 청중평가단의 얼굴을 교차편집하며 감동에만 방점을 찍어서는 방송 초반부터 제기된 목청 경쟁, 퍼포먼스 경쟁의 틀을 벗기 어렵다. 제작진은 새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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