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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배우들은 종편 드라마로… 충무로 때아닌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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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배우들은 종편 드라마로… 충무로 때아닌 구인난

입력
2011.10.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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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죽을 맛이다." 두 편의 영화 제작을 동시에 준비 중인 충무로의 중견 제작자 A씨는 캐스팅 이야기를 꺼내자 골치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케이블 종합편성(종편)채널이 드라마를 대거 만들면서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유명 배우 캐스팅이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출연료 3억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3억원은 톱스타 대우는 아니지만 검증 받은 연기파 주연들이 받는 출연료 수준이다.

12월 개국을 목표로 종편 4곳이 대거 드라마 제작에 나서면서 충무로가 배우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황정민 정우성 김정은 박진희 등 충무로 주연급들이 종편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충무로가 생각지도 못했던 유탄을 맞게 된 것이다. 종편의 등장은 출연료 과다 인상을 불러 결국 부실 영화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종편들은 방송의 '킬러 콘텐츠'로 통하는 드라마로 기선제압에 나서고 있다. 낮은 채널 인지도를 극복하고 종편끼리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다. 월화, 일일, 수목, 주말드라마 형식의 지상파TV 따라잡기가 종편 편성의 대세다. 단순계산하면 일주일에 드라마 16편이 새로 생겨나게 된 셈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출연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매지니먼트사 대표는 "스타들은 종편 드라마 출연에 위험 부담을 느낀다. 큰 돈을 주지 않으면 선뜻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편이 간판으로 내세우는 드라마 중 다수는 제작사가 지상파TV에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한 기획들이다.

종편이 불씨를 지펴 충무로로 번진 출연료 인상 불길은 거세기만 하다. 최근 개봉한 한 영화의 주연배우는 6억5,000만원을 받아 충무로 제작자들의 술자리 안주로 올랐다. 그의 이전 출연료는 5억원 언저리였다. 주조연급 배우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2억5,000만원을 받던 배우들이 3억원에 출연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좋은 조건에 부르는 곳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명품 조연들의 캐스팅도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한 영화제작자는 "배우들 출연료가 최근 30% 가량 오른 듯하다. 다 죽자고 덤벼드는 꼴로 상생의 개념이 전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배우들을 입도선매 했으나 제작비 조달 난항 등으로 정작 촬영에 들어가지 못한 종편 드라마도 있어 후유증이 예상되기도 한다. 또 다른 영화제작자는 "드라마 제작과 편성이 지연되면서 영화도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출연료 인상에 대한 충무로의 우려 목소리는 매우 높다. 제작비는 한정돼 있는데 배우들에게 더 많은 돈이 돌아가면 스태프들의 삶이 더욱 쪼들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충무로 한 제작자는 "예능인과 배우가 종편 등장의 최대 수혜자다. 그 반작용으로 영화 스태프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들과 수익을 분배하는 매니지먼트사들도 이런 상황을 그리 반기지 않는 눈치다. 당장이야 출연료가 올라 좋다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인기 배우에게만 돈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발생도 예상된다. 한 매지니먼트사 대표는 "지금 같은 출연료 인상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시장이 돌아가야 장기적으로 드라마나 영화가 활성화 된다"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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