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망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8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편지를 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습을 막아달라고 애원했다고 로이터통신, 파리마치 등 외신이 보도했다.
8월 5일 아랍어로 쓴 이 편지에서 카다피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NATO군의 리비아 군사작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카다피는 "친구의 행동에 놀랐다"며 리비아와 이탈리아 양국의 우호협정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탈리아가 방향을 바꿔 나를 보호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그는 베를루스코니의 호칭을 '새로운 친구'라고 썼다가 지우고 그 위에 '친구이자 동맹'이라고 고쳐 쓰기도 했다.
이 편지는 카다피가 로마에 갔을 때 알게 된 한 이탈리아 부부에 의해 총리 사무실로 배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실제로 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를루스코니 측은 이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다만 그가 8월 22일 카다피에게 "희생자가 더 늘기 전에 저항을 멈추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우호관계에 있던 국가와 지지자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릴 때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AP통신은 마지막까지 카다피의 곁을 지켰던 리비아 인민수비대 사령관 만수르 다오 이브라힘의 말을 인용해 "그는 마지막까지 리비아 국민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다오에 따르면 카다피는 42년 동안 쥐고 있던 권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다오는 또 시민군과 맞선 시르테 전투를 카다피가 지휘했을 것이라는 일반의 추측과 달리, 당시 전투는 모두 아들들이 주도했다고 말했다.
카다피는 도피 생활 동안 독서와 차 마시기로 시간을 보냈다. 측근들이 해외 도피를 권하자 카다피는 고향에서 죽고 싶다며 거부했다. 다오는 "카다피는 다른 나라로 망명해 살 수 있었다"며 "그가 상황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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