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이버대학에 진학한 유정(18ㆍ가명)이는 3년 전만 해도 이른바 '비행청소년'이었다. 싸움에 말려들어 구두굽으로 친구를 때린 게 화근이 돼 보호관찰 2년형에 20시간 상담명령을 받았다. 유정이의 삶이 바뀌게 된 건 공교롭게도 상담명령 때문이었다.
보호관찰소에 있던 유정이를 '청소년동반자'로 만난 상담사 박경자씨는 부모조차도 "이상한 문제아"라고 낙인 찍었던 유정이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귀 기울여준 사람이었다. 청소년동반자 사업은 2005년부터 여성가족부가 보호관찰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찾아가는 상담제도'다. 청소년상담지원센터 166곳 중 108곳에서 이 사업을 운영한다.
박씨는 "처음 만났을 때 유정이는 세상이 자기를 왜 비정상으로 생각하는지 몰라 스스로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혼란스러워 했다"고 돌아봤다.
유정이와 상담은 일주일에 한번씩 90분간 이뤄졌다. 만남이 지속될수록 유정이의 마음 문도 열렸다. 유정이는 "어른들이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방어하려고 똑같이 공격을 했던 것"이라며 "박 선생님 덕분에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진짜 어른이 있다는 걸 알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정이가 전공을 상담심리학으로 정한 까닭도 이때문이다.
박씨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자신을 믿고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 행동조절을 하게 된다"며 "특히 청소년동반자 사업은 상담사가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하기 때문에 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성부가 건양대 송원영 교수에게 의뢰해 청소년동반자 서비스를 받은 청소년 281명을 분석해봤더니, 집중 보호관찰을 받는 고위험군 청소년 가운데 수혜집단의 재범률이 0.79회로 비수혜집단 1.26회보다 낮았다. 특히 여자청소년의 경우에는 수혜청소년이 0.42회, 비수혜청소년이 1.09회로 청소년동반자의 재범방지 효과가 뚜렷했다.
이정심 여성부 청소년자립지원과장은 "앞으로 고위험군 청소년에 대한 동반자 서비스를 확충하고 현재 880명인 청소년동반자 상담교사도 내년에 98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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