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대홍수가 수도 방콕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태국은 7월 25일 시작한 폭우로 전국토(51만㎢)의 80%가 물에 잠기는 최악의 피해를 겪고 있지만 지금까지 방콕 도심은 직접적인 피해에서 비껴나 있었다. 20일 국가위기사태를 선포한 잉락 친나왓 총리는 "방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사수 의지를 밝혔지만 도심 침수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6일 방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강의 수위가 해발 2.4m로 올라갔다. 이번 주말에는 바닷물이 만조가 되면서 수위가 2.6m에 이르러 제방(높이 2.5m)을 넘쳐 방콕 도심으로 강물이 밀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 정부는 주말을 전후한 기간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27~31일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 방콕 북단 돈므앙 공항은 활주로가 침수돼 다음달 1일까지 폐쇄하기로 했으며 방쾅중앙교도소는 수감자 600여명을 대피시켰다. 방콕의 침수 가능성이 높아지자 현지의 한국 교민과 기업 주재원들도 속속 방콕을 빠져나가고 있다. 파타야 등에 캠프를 꾸리고 한국인 직원과 가족을 피신시키는 기업도 있다.
잉락 총리는 "유입되는 강물의 물살이 거세 홍수 방지벽을 일부 붕괴시킬 수있으며 이 경우 강물이 밀려와 방콕 도심이 10~150㎝ 정도 물에 잠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돈므앙, 락시 등 방콕 시내 9개 구역에 홍수경보령을 내린 상태다.
쑤쿰판 빠리바트라 방콕 주지사는 "차오프라야강의 최고 수위가 2.6m에 이른다면 전례가 없는 일이 될 것"이라며 "강 주변 주민들은 대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모래주머니 1,000만여개로 강 주변에 86㎞의 홍수 방지벽을 설치했는데 밀려드는 엄청난 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홍수 사태가 길어지면서 태국 경제도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농지 대부분이 물에 잠겨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인 태국의 쌀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수가 쌀 생산지의 14%를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올해 1,9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한 관광객도 100만명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태국 정부는 이번 홍수로 지금까지 373명이 숨지고 11만3,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규모는 60억달러(18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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