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터넷 포털업체 야후 인수를 놓고 IT업계의 두 공룡,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뜨거운 일전을 벌이고 있다.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포털시장은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최소 2개 사모펀드와 협력해 야후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반독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야후를 직접 인수하기 보다 사모펀드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S도 야후 인수 의사를 내비쳤으며 이달 초부터는 몇몇 업체들과 제휴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야후 인수를 검토하고 있어, 최소 3개의 거대기업이 야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야후는 IT붐이 일었던 10여년전 가장 각광받는 닷컴기업이었고 인터넷포털의 대명사로까지 불렸지만 이후 구글 MS 등에 밀리면서 현재는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전이 달아오르는 것은, 구글이나 MS가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해 여전히 야후를 매력적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인터넷기업들은 사업 특성상 탄탄한 회원기반을 갖추고 있어야만 광고, 검색 등 사업 모델 다각화가 가능하다. 현재 야후는 시장에선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월 평균 방문자가 7억 명에 달할 만큼 회원기반은 탄탄한 상태다. 게다가 야후는 원조 인터넷 포털업체로서 오랜 역사가 있는 만큼, 회원들의 충성도도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야후가 콘텐츠 사업이 크게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ABC뉴스 등과 제휴를 통해 여전히 상당량의 프리미엄급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큰 강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구글이나 MS로선 새로운 고객확보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것보다 차라리 야후를 인수하는 편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김창권 대우증권연구원은 "인터넷 기업들의 회원이나 방문객 등 인적 자산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야후가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포털, 전자상거래업체 등에겐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검색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62.6%, 야후 18.9%, MS는 12.7%다. 구글로선 야후를 삼킬 경우, MS가 도저히 추격에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따돌릴 수 있기 때문에 야후 인수를 통해 MS의 의욕 자체를 꺾어버리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MS가 야후를 인수할 경우 점유율이 30%대로 높아져, 구글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위치가 된다. 때문에 두 업체의 야후 인수는 그 자체 매력 못지 않게 상호견제용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창영 동양증권연구원은 "구글이든 MS든 야후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시장입지가 전혀 달라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포털시장은 NHN(네이버)의 점유율이 70%에 달해 야후가 어느 쪽으로 가든 큰 위협은되기 힘들 전망이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