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도전적이어야 하는 기업의 R&D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도전적이어야 하는 기업의 R&D

입력
2011.10.25 17:31
0 0

15세기 이전 중국은 유럽보다 크게 앞섰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4대 발명품인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은 그 당시 세계 역사에서 가장 수준 높은 문명을 일궜던 중국 문화의 자부심이었다. 게다가 앞선 조선술과 항해술을 통해 찬란한 중국 문화를 꽃피웠다.

중국의 전성기는 명나라 최고의 황제로 인정받는 영락제 시대에 정점에 달했다. 영락제는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술과 항해술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대원정을 명하며 해양강국을 추구했다. 이러한 세계를 향한 대원정은 유럽사에서 대항해 시대를 연 콜럼버스보다 80여년이 앞섰고 훨씬 더 큰 규모였다.

이렇게 세계 역사에서 가장 수준 높은 문명을 일궜던 중국은 고대의 선구적인 기술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국력이 점점 쇠퇴하여 차츰 당시 선진국인 유럽의 문화보다 뒤쳐져 갔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서양 보다 크게 앞선 중국 문화가 세계사의 변방으로 전락했던 이유를 쇄국정책에서 찾는다.

영락제 이후 명나라는 양자강 이남의 지주세력들의 반란을 막기 위해 해금책을 견지해왔고 이것이 청나라까지 계속되었다. 바다의 국경선을 막는 해금으로 중국은 바다를 통한 무역을 막아버리는 쇄국체제를 형성시켰다. 이로 인해 서구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패권을 잃어 갔다.

중세이후 세계의 중심지에서 근대이후 변방 국가로 밀려난 중국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글로벌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오늘날의 지식기반사회에서 세계의 표준을 점할 수 있는 창조적 혁신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원동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바로 도전적인 연구개발(R&D)에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여 간 국내 부품소재 산업을 집중 육성한 결과 작년 부품소재 수출은 지난 2001년 대비 3.7배 증가한 2천29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작년 우리나라의 부품소재 세계 시장점유율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제치고 2001년 세계 10위에서 2009년 6위(점유율 4.6%)로 상승했다. 또한 부품소재 대일 수입의존도도 2001년 28.1%에서 작년 25.2%로 개선되는 등 만성 무역 적자 개선에 힘을 보탰다.

그런데 부품소재 산업이 전체 생산과 수출에서 이렇게 괄목할만한 양적인 비중은 크게 높아졌으나 질적인 성과는 아직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예컨대 소수의 수요기업과만 거래하는 종속적 거래구조는 수요대기업과 중소 부품소재기업간 공정하고 대등한 산업생태계 조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내역을 분석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대 대기업그룹의 내부거래금액 합계는 103조원으로 전체의 70%를 넘어섰다. 이러한 대기업의 제식구 감싸기식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중국이 쇄국정책을 고수한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정부에서는 미래사회 트렌드 변화에 따른 부품소재 정책과 발전방향을 담은 '부품소재 미래비전 2020'을 1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다시 도전하는 2차 부품소재 개발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따라서 부품소재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도 앞으로의 전략을 10년 이상 훨씬 멀리 내다보는 비전을 갖고 사업 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내의 부품소재 기업들이 도전적이고 선도적이며 공정한 R&D로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여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제품이 대거 출현하기를 기대해본다.

우창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산업기술평가본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