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5일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캠프를 방문해 작은 수첩 한 권을 건넸다. 박 전 대표가 선거 기간 접했던 시민들에게 들은 수십 건의 건의 사항을 자필로 빼곡히 메모한 수첩이다. 수첩에는 나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 대신 맞벌이 부부의 보육 문제와 장애인ㆍ노인 복지 문제 등 서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제안들이 담겨 있다.
박 전 대표는 나 후보에게 수첩을 전달하면서 "당선돼 이런 문제들을 꼭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전 대표는 수첩을 넘기며 건의 사항을 읽었다. 고개를 끄덕인 나 후보는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할 때 꼭 수첩에 메모해 꼼꼼히 따져보고 실천한 모습이 기억난다"며 "제가 미처 못들은 것까지 다 들어주셨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수첩 전달은 민생 정책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킴으로써 야권의 정치적 공세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수첩 공주'라는 별칭을 가졌던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선거 때 국민과 한 약속은 꼭 지킬 것"이라는 뜻도 표시하려 한 것 같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전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전달한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안 원장 역시 전날 전달한 편지에서 박 후보를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 안 원장 편지의 핵심 메시지는 '투표 참여'이다. 그는 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 지지 의사를 밝히는 대신 젊은층의 '행동'을 독려하는 방법으로 박 후보를 지원했다. 또 편지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용했던 흑인 인권운동가 로자 파크스를 재인용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대선 행보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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