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 시설에서 일하고 계신 아버지가 평소 아쉬워하고 어려워하시던 것을 프로그램화한 겁니다. 사실 이 인증서는 아버지가 받으셔야 하는데…."
노인복지시설지원 소프트웨어 '케어노트'를 개발, 25일 지식경제부로부터 1기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이동훈(23ㆍ인하대)씨는 소감을 묻자 아버지 얘기부터 꺼내며 연신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가 만든 케어노트는 사회복지사들이 매일 손으로 일일이 기록해야 했던 고령자ㆍ환자들의 상태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손쉽게 입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록된 결과를 차트화해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어 때맞춰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누락되는 걸 방지해준다. 지경부 관계자는 "15개 복지기관에서 노인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고 평을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정부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찾고 양성하기 위해 만든 명장 육성과정. 1년2개월에 걸친 치열한 검증과정을 통해 이날 10명이 최종 선발됐다.
선발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를 연상케 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8월 신청자 모집 당시 지원자는 무려 350명. 나이 학력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IT 발명왕을 꿈꾸는 초등학생부터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50대까지 응시자들의 분포는 다양했다.
지경부는 1개월에 걸친 정밀심사를 거쳐 100명을 우선 추려낸 뒤 연구공간과 강의실은 물론 수면실과 체력단련실까지 갖춘 연수센터에서 집체교육을 진행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같은 정부기관은 물론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민간기업에서 핵심역할을 맡고 있는 부장ㆍ차장급 전문가 30명을 멘토로 위촉해 연수생들과 공동작업도 수행토록 했다.
4개월에 걸친 소프트웨어 교육과 개발과정을 끝에 다시 30명을 가렸다. 이후 7개월 동안 멘토와 연수생 간 일대일 교육이 진행됐고,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구글 등 세계굴지의 기업 관계자와도 만났다. 특히 최종평가가 진행된 마지막 3개월 동안은 강도 높은 훈련과 각자 개발한 프로젝트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병행됐다. 이동훈씨는 "1년 휴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고 했다.
이번에 뽑힌 10명은 전원 20대 대학ㆍ대학원생이다. 이씨 외에 유신상(27ㆍ인하대), 방한민(27ㆍ강원대), 박남용(28ㆍ서울대), 김형순(28ㆍ고려대), 구재성(22ㆍ인하대), 변현규(26·세종대), 안병현(25·숭실대), 이재근(27·숭실대), 진성주(25·광운대)씨 등이다. 이동훈ㆍ유신상ㆍ구재성씨는 인하대 과 선후배 사이로 소프트웨어 개발 동아리 '넷토스'에서 매일 부대끼던 사이다.
특히 유신상씨는 교육기간 중 '2010 삼성 세계 바다 개발 챌린지' 1위와 '2010 대한민국 인재상(대통령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각종 앱 개발자 대회와 소프트웨어 공모전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축사에 나선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은 이들의 과거 수상내역을 언급하며 "최고의 소프트웨어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앞으로 여러분의 손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들에게는 1인당 5,000만원 상당의 지원금과 3억원 상당의 원스톱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이 제공된다. 또 창업을 원할 경우 인큐베이팅펀드 관리기관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2억~3억원 상당의 창업자금도 지원된다.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지경부는 올해 50억원을 투입했고, 내년에는 예산 규모를 6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는 마에스트로 2기 선발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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