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시리즈에서 SK에 4연패로 수모를 당했던 삼성. 하지만 1년 만에 열린 SK와의 리턴 매치에서는 최강 마운드를 앞세워 먼저 웃었다.
삼성이 가을잔치에서만 만나면 고개를 숙였던 SK를 누르고 한국시리즈 통산 4번째 우승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신명철의 2타점 결승타와 막강 계투진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한 삼성은 2006년 이후 5년 만에 통산 4번째 우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역대 27차례 한국시리즈 중 1차전 승리 팀이 정상에 오른 것은 22번이나 된다. 우승 확률은 무려 81.5%.
삼성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SK에 첫 승을 올리는 기쁨도 맛봤다. 삼성은 2003년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패,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4패를 당하는 등 6전 전패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필승 해법은 왼손 에이스 차우찬(24)의 불펜 투입이었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선발에서 중간 계투로 보직을 바꾼 왼손 에이스 차우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류 감독은 "우찬이는 1, 2차전 불펜에서 대기할 것이다. 오늘 선발인 매티스가 불안하면 바로 올릴 것이다. 우찬이가 잘 던져주면 시리즈를 편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차우찬은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2년 연속 선발로 뛴 차우찬으로선 중간 계투로 나서는 것이 어색할 만도 했다.
차우찬은 경기 전 "나흘 전에 불펜 대기를 통보 받았다. 올해는 한 번도 중간으로 나선 적이 없다. 솔직히 주자가 있을 때 등판하면 걱정이 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3이닝 무안타 5탈삼진 무실점 완벽투. 2006년 데뷔 후 포스트시즌 첫 승을 올리면서 '가을 사자'로 우뚝 섰다.
류 감독은 팀이 2-0으로 앞선 5회 차우찬을 호출했다. 선발로 나선 매티스가 4이닝 동안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1이닝만 던지면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류 감독은 차우찬에게 한국시리즈 기선 제압의 특명을 내렸다. 5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선발 때보다 더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렸다. 공에 힘이 넘쳤다. SK 타자들의 방망이는 차우찬의 공에 밀렸다.
선두타자인 정상호를 유격수 뜬공으로 가볍게 요리한 차우찬은 SK가 자랑하는 최강 테이블 세터인 정근우와 박재상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6회와 7회에도 삼진 1개씩을 곁들이며 3이닝 퍼펙트 피칭을 뽐냈다. 36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찍었다.
류 감독은 차우찬에 이어 안지만(3분의2이닝 2탈삼진 무실점), 오승환(1과3분의1이닝 2탈삼진 무실점) 등 필승 카드를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치며 SK에 단 1점도 허락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2-0이던 8회 2사 1루에서 등판해 한국시리즈 통산 4세이브째를 사냥하며 선동열(전 해태), 조용준(전 현대)과 함께 최다 세이브 타이의 주인공이 됐다. SK는 삼성의 철벽 계투에 꽁꽁 막혀 선발 타자 전원 삼진(PS 통산 6번째) 등 12개의 삼진을 당했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이어 2경기 만의 영패(팀 통산 5번째).
1차전 MVP에 선정된 차우찬은 "감독님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이 좋다고 칭찬해줘서 오늘 잘 던진 것 같다. 사실 선발로 뛸 수 없을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았다. 선발로 나서지 못해 서운한 것은 없다. 팀이 이기는데 일조를 하면 된다"고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삼성과 SK는 26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펼친다. 삼성은 왼손 장원삼, SK는 오른손 윤희상을 선발로 예고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
선발 매티스가 호투했고 한국시리즈 히든카드 차우찬이 잘 던졌다. 차우찬을 선발로 쓸까 중간으로 쓸까 고민이 많았는데 중간으로 보낸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매티스는 경기 전부터 길어도 4회까지라고 생각했다. 그 뒤에 등판한 차우찬이 구위가 워낙 좋아서 잘해줄 거라 생각했다.
●이만수 SK 감독 대행
4회말 한 템포 늦은 투수 교체가 아쉽다. 고효준을 신명철 타석에서 바꾸려고 했는데, 그 순간 왠지 일찍 바꾼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효준이) 신명철을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겠나 싶었는데…. 그것이 패인인 것 같다.
대구=이승택기자 lst@hk.co.kr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김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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