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수수료가 최대 50% 가량 인하된다. 또 200개에 육박하는 수수료 종류도 대폭 간소화된다.
은행들은 25일 이런 내용의 수수료 인하 방안을 확정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전산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고객들의 이용 빈도가 높은 ATM 수수료 인하다. 우선 우리은행이 앞서 도입한 ATM 현금 연속 인출 시 할인 제도를 모든 은행이 도입했다. 두 번째 현금 인출부터는 수수료가 50% 감면된다. 영업시간 ATM을 통한 당행 이체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영업시간 이후 창구 이용이 불가능할 때 ATM 이체에는 수수료를 부과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국민과 하나은행은 당행 이체에 대해 영업시간과 무관하게 수수료를 면제했다.
ATM 수수료 중 가장 비싼 타행 이체 수수료도 크게 낮아진다. 국민은 10만원 이하 시간외 이체 수수료를 1,000원에서 500원으로, 영업시간 내에는 600원에서 500원으로 각각 낮춘다. 하나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던 영업시간 후 타행이체 수수료를 1,900원에서 900원으로 60% 내렸다. 신한과 우리은행의 타행 이체 수수료 인하폭은 최대 38%에 달했다.
신한과 우리은행은 창구 송금 수수료도 인하 대상에 포함시켰다. 신한은행은 3만~10만원을 창구에서 타행으로 송금 시 수수료를 3,000원에서 600원으로 낮췄고, 우리은행은 10만원 이하 타행 송금 수수료를 1,000원에서 600원으로 인하했다.
은행들이 앞서 발표한 소외계층에 대한 수수료 혜택도 차례로 시행된다. 대부분 차상위계층과 사회소외계층 등에 대해 ATM 수수료나 인터넷뱅킹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최대 200개에 육박하는 은행 수수료도 정리된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수수료는 우리 195개, 국민 132개, 하나 116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관련 수수료를 하나로 묶거나 불필요한 항목은 삭제해서 수수료를 100개 안팎으로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여론과 금융당국 압박에 떠밀려 수수료 인하를 결정했으면서도 여전히 생색을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전체 수수료 수입의 10%를 조금 넘는 ATM 수수료 정도만 인하 대상에 포함시켰을 뿐, 규모가 큰 펀드 수수료나 인터넷뱅킹 수수료 등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라며 "추가적인 인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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