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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 거점 국립대를 살리자] (3) 서울대만큼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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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 거점 국립대를 살리자] (3) 서울대만큼 지원하라

입력
2011.10.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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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이면 대학 예산의 대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걸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 국고 보조금은 교수 인건비, 시설비, 운영비 등에 한정되며 이는 우리 대학 예산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자체 운용 예산은 결국 따로 마련해야 한다. 무늬만 국립일 뿐이다."(지방 국립 A대 기획처장)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예산 가운데 국립대 재정 지원에 투입된 돈은 3조7,438억원. 국립대들은 이 돈을 지원받아 대학 예산의 49.9%를 충당했다. 나머지는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와 기부금, 기타 수입으로 메웠다. 대학들이 제한이 따로 없는 기성회비만 올려 등록금의 80%가 기성회비다. 지방 거점 국립대 가운데 가장 등록금 수입이 많았던 부산대는 지난해 학생들로부터 수업료와 입학금으로 171억원을 걷은 반면 기성회비로는 1,096억원을 받았다.

대학교육 민간이 책임지는 나라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에는 정부의 지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교과부가 대학 교육을 위해 지출한 돈은 5조6,210억원. 미국 하버드대의 1년 예산(4조2,000억원)보다 30% 정도가 많을 뿐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비는 국내총생산(GDP)의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보다 높은 편이지만 정부 투자 비율은 0.6%로 OECD 평균(1%)보다 크게 낮다. 대학생 1명에게 투자되는 연간 교육비 역시 한국은 8,920달러로 미국(2만7,010달러), 영국(1만5,463달러), 일본(1만4,201달러) 독일(1만3,823달러)은 물론이고 OECD 평균인 1만2,907달러의 69%에 불과하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를 OECD 수준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는 6조2,791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등교육 예산을 2배 이상 늘려야 겨우 OECD 국가들과 어깨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부족한 국고 그나마 서울대 편중

부족한 정부예산은 그나마 서울대에 집중된다. 지난해 서울대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은 5,897억원. 국립대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지원을 받은 경북대(2,126억원)와는 2.5배의 차이가 난다. 특히 2010년 9개 지방 거점 국립대의 예산이 모두 삭감됐는데도 서울대만은 전년보다 388억원이 늘었다. 전남대는 168억원, 충북대는 148억원이 깎였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법인화하는 서울대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지방 거점 국립대의 지원금을 삭감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심지어 사립대에 비해서도 국고 지원이 적다. 지난해 연세대는 2,349억원의 국고를 지원받았는데 지방 국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경북대(2,126억원)보다 223억원이 많은 금액이다. 고려대(1,817억원), 한양대(1,715억원), 포스텍(1,146억원) 등 우수한 사립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의 소규모 사립대보다 국고지원이 적은 국립대들도 허다하다.

국·사립대 구분 없이 경쟁과 평가를 거쳐야 하는 연구개발비는 우수 사립대에 몰린다 쳐도, 지방 국립대에 따로 배정된 몫이 없다보니 기초적인 교육의 질도 보장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현수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12년 전 교수 임용될 때 학교에서 컴퓨터를 지급하고, 단 한번도 교체해주지 않아 매번 자비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 국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학과 학생들 컴퓨터를 바꿔야 하는데 관련 예산이 없어 자연계 학생용으로 신청해 갖다 썼다. 인문계라도 컴퓨터 활용 수업이 적지 않은데 예산만 고려한다면 10년 전 컴퓨터를 써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 기숙사를 짓는 데에도 국회에 사정을 해서 겨우 예산을 확보했고, 그나마 단계적으로 예산을 받아 공사가 2년 넘게 걸렸다"고 덧붙였다.

교원 확보율이 떨어지는 것도 결국 돈 문제다. 서울대의 교원확보율은 118%나 되지만 지방 국립대의 평균 교원 확보율은 78%이다. 전공수업조차 시간강사가 도맡아 하는 상황에서 질 높은 수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수들은 "평균 사립대의 70%에 불과한 국립대 교수 연봉으로는 절대 우수한 교수를 유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고등교육도 공공성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지방 국립대가 상향 평준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에 집중되는 예산을 나눠먹기 식으로 쪼갤 것이 아니라 서울대는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키우고, 나머지 지방 국립대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김용일 해양대 교수는 "서울대에 예산이 집중 투입되는 것은 문제지만 이걸 빼앗아 나누는 제로섬 게임이 된다면 의미가 없다"며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정부 예산 자체를 파격적으로 늘려 거점 국립대에 서울대만큼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수도권 대학에 집중된 지원을 과감하게 줄이고 지방 국립대에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지역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도록 선거가 끝난 뒤 정권 초기에 큰 틀의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 법인화가 대안? "정부 지원 축소 불보듯… 살아남을 지방대 없어"

국립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줄고 사립대와의 경쟁이 극심해지자 차라리 대학들이 법인화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하지만 내년 법인 출범을 앞둔 서울대는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 공청회 무산 등 내홍을 겪고 있고, 6월에는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교수회의 국립대 법인화 반대성명이 이어지는 등 법인화 추진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정부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해왔다. 인사, 예산, 학문에 관련된 여러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립대가 정부기관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되는 것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법인화는 첫번째 명분인 '자율성'을 보장하지 못해 반발을 사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인화법)'를 보면 이사회가 ▦총장과 임원 선임 ▦예결산 ▦재산 취득과 처분 ▦조직 설치와 폐지 ▦대학발전계획 ▦규정 개정 및 폐지 ▦발전기금 조성 및 후원 등 거의 모든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반면 이사에 기획재정부, 교과부 차관이 포함되고, 절반 이상인 외부 이사를 이사회가 선임하고 교과부 장관이 승인하도록 되어 있어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기가 어렵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사회의 권한이 막강한데 여기에 정부 차관이 당연직으로 들어가 있어 사실상 이들이 대학을 직접 통제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율성은 침해하고 정부의 책임과 지원만 축소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쟁력 향상 효과는 미지수다. 2004년 국립대를 일제히 법인화한 일본 국립대의 세계대학 순위는 일제히 하락했다. 충남대교수회가 지난해 일본 문부과학성이 작성한 '국립대법인화 후 현상과 과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이 발표하는 세계대학랭킹에서 2004년 도쿄대와 쿄토대는 각각 12위 29위였지만 지난해 26위 57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정부 지원 예산은 6% 줄었다. 국립대 발표 학술논문의 수도 2004년 5만9,000여건에서 2009년 5만6,000여건으로 감소했다.

국립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결국 정부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정해룡 부경대 교수는 "기존 국립대가 조직개편, 인사를 할 때 고등교육법의 제한을 받은 반면, 법인화를 하면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법인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경우처럼 정부가 스스로 경쟁하라며 국립대 예산지원을 점차 줄일 것이 뻔하고 그러면 현재 지방 국립대의 형편으로서는 독자생존할 수 있는 학교는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프라와 여건이 좋은 서울대는 어떨지 몰라도, 지방 국립대는 법인화보다 지원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대의 공공성 후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형기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장(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은 "정부 지원이 줄고 법인화된 국립대들이 재원확보를 위한 사업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기초학문도 고사하고, 등록금도 올릴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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