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대선 1차 투표에서 53%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남미 첫 여성 재선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쓴 그에게는 애칭과 별명이 많다. 제 2의 에바 페론, 파타고니아의 표범, 남미의 힐러리 등은 긍정적이나 보톡스의 여왕, 남미의 이멜다처럼 달갑지 않은 별명도 있다. 보톡스 여왕은 과도한 외모 집착을 꼬집어 2007년 대선 때 상대후보가 붙였고, 남미의 이멜다는 구두 명품을 좋아한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다. 얼마 전 프랑스 방문 중에는 11만 달러어치의 구두 20켤레를 샀다고 한다.
■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여성으로선 흔치 않게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다. 파타고니아의 표범 별명이 어울리는 이유다.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의 광활하고 황량한 초원지대다. 남편인 키치네르 전 대통령의 후광과 지난해 그의 사망에 따른 동정심이 재선에 도움을 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시절 반독재 투쟁, 변호사 활동, 주 의원, 상원의원 등을 거치며 쌓은 정치경력은 남편에 뒤지지 않는다. 재임 중 한때 지지율이 30%로 급락하고, 총선 참패로 위기를 맞았으나 부패 측근들을 과감히 쳐내는 강단과 정치력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 무엇보다 재임 중 강력한 경제성장이 재임 성공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아르헨티나는 최근 몇 년 간 8%대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는 9%대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이 큰 손인 농산물 수출 확대 등 외부 요인도 작용했지만 재정긴축 대신 정부지출을 늘리는 정책이 주효했다. 공적 연금 도입, 빈곤층 청소년 교육비 지원과 함께 정보화 격차 해소를 위해 빈곤층 청소년 300만 명에게 컴퓨터를 지급했다. 정부지출을 늘렸는데도 재정적자는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페르난데스의 정책기조는 포퓰리즘의 원조인 페론주의의 맥을 잇는다. 그의 친노동ㆍ친서민ㆍ무상정책은 지속될 수 없으며 결국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거덜낼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집권 1기에 거둔 성공은 이런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아르헨티나처럼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에서 빈곤층 무상지원 확대 등 정부지출 확대가 답이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남미 2위인 높은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표범이 경제적 성공을 이어간다면 포퓰리즘에도 새 역사가 쓰이게 되는 셈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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