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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동락(同樂)’이 더 힘들다

입력
2011.10.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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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즐거운 일을 함께 한 사람보다 고통의 순간을 함께 나눈 사람에게 더 친근함을 느낀다. 불행한 시기에 사람들은 연대의식을 느끼며 단결하지만, 행복한 시기엔 분열한다.’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에서‘연대의식’을 이렇게 설명하면서 그 이유는‘힘을 합해 승리하는 순간, 각자 자기 공적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모습은 우리의 역사와 현실에서도 흔하게 본다. 고려 무신들은 난을 일으키면서는 한마음으로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정변에 성공하자 어떻게 바뀌었나.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을 저질렀다.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가난으로 고생할 때는 그렇게 화목하고 단란하던 가정이 막상 잘 살게 되자 재산다툼으로 파탄이 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베르베르는 친한 사람을 갈라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공동의 성공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했다.

동고(同苦)를 지나온 우리사회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외부의 침입이나 자연재해 앞에서는 기꺼이 단결한다. 우리 국민들도 그랬다. 1960, 70년대 가난 속에서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며 새마을운동에 앞장섰고, 산업화에 기꺼이 고통을 나누었으며, 불만을 참으며 끈끈한 공동체의식으로 함께 땀을 흘렸다. 거기에는 구호처럼 언젠가는‘너’가 아니라,‘우리’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우리’에는 훗날 골고루 과실을 누리는 평등의식이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고통의 연대의식과 행복의 평등의식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는 말이 있다. 우리 국민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 국가체제가 무엇이든, 통치자가 누구이건, 사상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골고루 나누어서 공평하게 살자. 그래서 너의 행복과 부(富)는 너 자신의 것만은 아니며 지금의 너의 능력조차 과거 함께 희생한 우리의 모두의 것이고, 우리가 만든 환경의 산물이라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에 열광한다.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1대 99’투쟁에 박수를 보낸다.

이 모두가 결국은‘동락(同樂)하자’는 것이다. 묵자(墨子)는 재물은 햇빛과 같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추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겸애(兼愛)사상은 힘이 있으면 서로 일해 주고, 올바른 도를 알면 서로 가르쳐 주고, 재물이 있으면 서로 나누어 주라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모두 욕심을 버리고 이웃을 내 몸같이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누구처럼 스스로 세금이 적다며 더 받으라고 하는 부자들만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의 인심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지난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산미디어포럼 초청강연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이제 우리나라도 동락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규모로 보나, 국민소득으로 보나 동고보다는 동락의 시대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즐겁지 않다는 국민이 너무 많다. 동고 때보다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고, 사회 양극화로 사회갈등지수(0.71)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저소득층 평균소득이 빈곤선보다 47.1%나 낮아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이고, 그렇게 발버둥치며 경제발전을 이뤄놓았는데 여전히 평균 근속기간이 24개월도 안 되는 ‘파리 목숨’에 임금도 절반 정도인 비정규직이 33.4%나 되는 나라에서‘여민락(與民樂)’을 부를 수는 없다.

다 함께 즐거운 것이 복지다

복지란 결국 동락을 위한 것이다. ‘동고’보다는 동락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소통과 공감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온 나라가 복지문제로 시끄럽고, 그 길을 놓고 정당끼리 충돌하고, 시장이 목을 걸고 투표로 의견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다는 얘기다.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꼭 직접,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세금을 깎고 밥을 나눠준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나눠 주려면 누군가는 내놓아야 한다.

오늘 서울시장 보선이 치러진다. 두 후보 역시 우선순위와 색깔은 다르지만 일자리, 무상급식, 주택보급, 인프라구축으로 무엇보다 복지를 강조했다. 포퓰리즘, 이념, 정치색에 사로잡히지 말고 누가 진정 동고의 위험을 막으면서 서울시민과 동락할 수 있는 지혜와 마음을 갖고 있는지 잘 헤아려 선택하기를.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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