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선거 사유부터 선거의 성격과 양상, 선거구도, 선거 후 파장에 이르기까지 과거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우선 선거 사유부터 전례가 없다. 재ㆍ보궐선거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법 위반이나 비리 때문에 치러지는데, 이번에는 정책 갈등에 따른 시장의 사퇴라는 특이한 상황이 선거를 하게 만들었다.
보선 사유가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으니 당연히 무상급식 전면 실시 여부,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하는 복지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거의 본질적 성격인 이명박 정부의 4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의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검증공세를 강화, 열세를 극복하자 박 후보와 야당 측도 뒤늦게 나경원 후보 파헤치기에 나서, 정책 판단이나 국정평가는 없어지고 네거티브적 검증만 남게 됐다. 선거의 성격과 흐름이 달라진 것이다.
선거구도도 여야 대결이 아니라 기성 정치권과 제3세력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당이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시민사회세력이 지원한 박 후보에 패했기 때문이다. 후보 면면도 그런 구도에 맞게 극명하게 갈린다. 나 후보는 부잣집에서 자라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여성이고, 박 후보는 가난한 집 출신으로 공부를 잘했지만 시민사회운동의 길을 간 남성으로 대립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포인트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상징성에 그치지 않고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선거에 개입, 실질적 경쟁을 벌였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4년 간 취해온 불개입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 후보를 지원했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직ㆍ간접적으로 박 후보를 응원했다.
자연히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 전체가 일대 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도 있고, 대선 판도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큰 판이 벌어진 것이다. 그만큼 서울시민들의 한 표, 한 표가 큰 의미를 갖게 됐고,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네거티브 공방이 하도 거세져 다른 부분이 가려졌지만, 시민들은 보선 사유부터 선거구도, 성격 등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후보들의 면면과 도덕성도 따져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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