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반정부 시위에 휩싸인 시리아의 국민은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 치료는 커녕 환자를 반정부 시위대로 간주한 보안군의 악랄한 고문만 돌아오기 때문이다.
BBC방송은 25일 국제사면위원회(AI) 보고서를 인용, “시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최소 4곳의 병원에서 광범위한 고문과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의 실리나 나세르 중동ㆍ북아프리카 연구원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보안군에게 환자들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며 “환자를 보호해야 할 의료진마저 고문에 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9월 중부 도시 홈스의 한 병원에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시위대에 가담한 반군 사령관을 색출하려 했으나 성과가 없자 돌연 환자 18명을 체포했다. 의식불명 상태의 한 환자는 보안군이 인공호흡기를 떼는 바람에 숨졌다.
현지 인권단체 관계자는 “주민들 사이에 병원에 가느니 참는 게 안전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반정부 성향이 강한 홈스와 바니야스, 텔 칼라크 등이 비인도적 행위가 만연한 지역으로 꼽는다.
의료진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리아에서는 혈액은행을 모두 국방부가 관리한다. 홈스의 한 의사는 “총상 환자를 치료하려면 수혈이 필수적인데 당국에 혈액을 요청할 경우 군이 환자의 신원을 확인해 체포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시리아 정부는 환자들에 대한 잔학 행위를 부인한다. 최근에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한 수도 다마스쿠스와 북서부 이들리브의 주지사를 교체하고, 미국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통제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