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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실패한 이라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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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실패한 이라크전쟁

입력
2011.10.2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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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내세운 주된 명분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고 사담 후세인 정권의 쿠르드족 탄압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생화학무기를 들고 남을 위협하는 것이나, 제 나라의 소수민족을 괴롭히는 것이 나쁜 짓이기는 하지만 그런 나라를 무작정 쳐들어가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 개시에 즈음해 엄청난 반대가 있었지만 부시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철군 계획 발표에 따른 논란

미국은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WMD를 끝내 찾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퇴임 후 "재임 중 가장 후회스러운 일은 이라크의 WMD 보유 여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한 점"이라고 유감의 뜻을 나타냈지만 그의 말에서 진심을 발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쏟아지는 반대를 무릅쓴 것이라면 그만큼 치밀하고 완벽해야 할 텐데,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어설퍼도 너무 어설프게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어서 그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오히려 "이라크가 WMD를 가졌더라면 과연 미국이 그렇게 쉽게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설득력을 얻었는데, 이는 당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없는 구실도 만들어낼 태세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이라크전쟁이 올해 연말 공식적으로 끝이 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1일 이라크 주둔 미군을 연말까지 철수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적당한 명분을 찾아 명예롭게 빠져 나오려 하지만 오바마의 철군 계획 발표와 미국 보수세력의 반응을 보면 이 전쟁에서는 마지막까지 개운한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철군 결정을 내리면서 이중성을 보였다. 사실 철군을 약속한 사람은 부시였다. 개전 3주 만에 수도 바그다드를 함락하면서 한껏 기세를 올렸던 전쟁이지만, 이내 상황이 얽히고 복잡해지자 부시는 2008년 이라크와 안보협정을 맺고 2011년까지 미군을 철수하기로 약속했다. 오바마는 그것을 따르면 되는 것인데 슬며시 약속을 어겨 주둔기간을 연장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철군을 발표했다.

오바마가 밝힌 철군의 이유는 국내적이다. 1조달러 이상의 전비를 투입해 엄청난 빚까지 져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철군의 이유다. 군비를 추가 투입했다가는 대통령 재선이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오바마는 대통령 후보 시절 이라크 전쟁이 나쁜 전쟁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다. 취임 초기에는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를 버리고 중동과 화해하겠다고 했다. 평화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던 그는 전쟁 이후 이라크가 쑥대밭이 되고 그곳의 민간인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에 두드러진 애틋함을 표시한 적이 없다. 오바마가 부시와는 분명 다르지만 그렇다고 이라크인이 그 차이를 얼마나 실감할지는 알 수 없다.

허구의 이유로 시작한 전쟁

독재자를 몰아내고 이라크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하자며 전쟁을 부추긴 세력과 그 후계자들은 오바마의 철군 결정을 못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전쟁 때문에 달러가 들어가고 미군 4,400여명이 목숨을 잃었어도 그들은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철군 약속을 한 사람은, 그들과 정치적 이념적으로 같은 편인 부시였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주장과 행동은 모순적이다. 미군이 좀 더 오래 주둔한다고 해서 이라크를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기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가장 큰 걱정은 미군 철수로 인해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인데, 바로 그 이란과 가장 강하게 맞설 수 있는 후세인을 미국이 제거했다.

이라크전쟁은 허구의 이유를 붙잡고 시작됐다. 그 허구에 미국은 많은 돈과 인명을 투입했다. 이라크에 평화가 올지, 혼란이 올지 알 수 없지만, 미군이 철수하면 고통스럽고도 허무한 전쟁이 어쨌든 끝날 것이다. 냉정한 평가와 반성을 통해, 명분 없는 전쟁이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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