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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멜도 베설 싯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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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멜도 베설 싯나'

입력
2011.10.2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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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멸치를 '멜'이라 한다. 제주 멜에 대한 이런 말도 있다. '멜도 베설 싯나.' 풀이하자면 '멸치도 창자가 있다'는, 멸치를 대접하는 말이다. 나는 울림소리가 받침으로 들어있는 '멜'이란 이 말이 참 정겹다. 멜-, 하고 중얼거려보면 입안에 싱싱한 멸치들이 살아 파닥거리는 기분이다.

멸치가 떼를 지어 바닷가 가까이로 몰려오는 것을 '멜들다', 그물을 던져 멸치를 한꺼번에 많이 잡아 올리는 것을 '멜거리다', 멸치 떼를 '멜발', 멸치국을 '멜국'이라 한다. 멸치처럼 자잘한 갈치는 '멜깔치'라 한다. 또 제주에서는 전갱이를 '각제기'라 한다.

뭍에서는 전갱이를 구이나 조림으로 즐기지만 제주에서는 국으로, 이름 하여 '각제기국'으로 끓여 먹는다. 그건 '각제기'가 그만큼 싱싱한 생선이라는 것이다. 제주를 여행하다가 '멜국'이나 '각제기국'란 차림표를 보면 주저 없이 들려보길 권한다. '제주바당'이 주는 시원하고, 칼칼한 맛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제주는 제주어가 살아있는 보고다. 옛말이 그대로 살아있다 보니 옛 맛도 함께 살아있는 '바당'이다. 고둥은 '보말'이라 한다. 고둥으로 끓인 국은 '보말국'. 이 대목에서도 '보말도 괴기여', 고둥도 고기다는 말이 뒤따른다. 멜, 보말을 당당하게 대접하는 것에는 멜, 보말에 제주가 자랑하는 건강한 맛이 있다는 것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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