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규제를 총괄할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6일 공식 출범한다. 우리나라에 원자력이 도입된 지 반세기 만에 안전규제 독립기관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원전 확대에 무게를 둔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다 안전규제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의 출범은 원자력 안전 업무(안전규제ㆍ핵통제ㆍ방재 등)와 원자력 진흥(연구ㆍ개발) 및 이용(원전 건설ㆍ운영ㆍ수출) 업무를 처음으로 완전히 분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안전과 증진ㆍ이용 업무를 분리할 것을 권고해왔다. 그간 국내에서는 원자력 이용 부문은 지식경제부에서 담당하지만, 안전과 진흥 업무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함께 맡아 논란이 돼왔다. 원자력안전위 신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원전 안전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원자력안전위는 원자력안전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앞으로 원자력 안전, 핵 안보, 핵 비확산 등의 정부 업무를 총괄한다. 원자로 및 관계시설,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인허가나 방사성물질 검사 같은 안전규제도 담당한다.
초대 원자력안전위원장(장관급)에는 강창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부위원장(차관급)에는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임명됐다. 비상임위원 7명은 법률ㆍ인문사회ㆍ공공안전ㆍ환경ㆍ보건의료 등 각 분야 교수, 연구원들로 구성했다. 사무처는 2국 8과, 총원 82명 규모. 교과부 원자력안전국에서 이동한 46명이 주축이 되고, 타 부처에서 공모해 선발한 공무원과 전문계약직으로 나머지 정원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교과부 소속이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은 원자력안전위 산하로 재편된다.
강창순 신임 위원장은 "어느 부처에도 소속되지 않는 만큼 독립성을 갖고 원자력 안전규제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선 원자력 안전규제 인력의 절대 부족이 큰 걸림돌이다.
원전 1기당 안전규제 인력은 종전 1.6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원전 선진국으로 꼽히는 캐나다(47.2명), 미국(37.7명), 프랑스(7.4명)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도 우리의 3배가 넘는 10.4명 수준이다.
위원회 구성도 도마에 올랐다. 그간 원전 안전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온 시민단체나 학계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아 '반쪽 위원회'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위원장부터가 원전 진흥을 위해 힘써온 인물인 만큼 허수아비 위원회에 그칠 것"이라며 "원자력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보다 원자력 진흥 관점에서 안전규제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익중 경주핵안전연대 운영위원장(동국대 의대 교수)도 "대통령이 나서서 원전을 더 짓자고 말하는데 과연 대통령 직속인 원자력안전위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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