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두 살짜리 여자아이가 차에 두 번이나 치는 동안 사람들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가 하면 대로에서 여성이 괴한에게 성폭행 당하는데도 수십명이 무심히 지나치는 사건이 연이어 중국에서 발생, 중국 사회의 냉혹한 이기주의가 논란이 되고 있다.
남팡두시바오(南方都市報)의 보도에 따르면 8일 오후 4시께 아들을 데리러 가던 여성 리(李)모씨는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의 대로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괴한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도로 한쪽으로 끌고 간 뒤 바닥에 눕혀 성폭행했다. 여성은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괴한이 여성의 옷을 벗기고 벽돌로 때리는 동안 행인들은 아무도 도와 주지 않았다. 여성은 괴한이 떠난 후에도 30분간 알몸 상태였다. 온몸이 묶이고 눈까지 가려진 상태였던 리씨는 결국 사건 발생 두 시간 후 몸을 굴려 도로 한가운데로 나온 뒤에야 지나가던 남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중국사회에서는 메마른 인정과 사회적 무관심을 질타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측은지심을 이념으로 한 유가 정신이 무너졌다는 탄식도 나온다. 일각에선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돕지 않을 경우 이를 처벌하는 이른바 ‘견사불구(見死不救) ’죄를 신설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난주말 광둥성에서는 사지(死地)에 몰린 사람을 보고도 돕지 않는 행위를 비난하고 의용정신을 고취하자는 토론회가 열려 견사불구죄 입법 문제 등이 논의됐다.
중국에서 견사불구 문제가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은 ‘아Q정전’에서 동족의 불행에 냉정하고 무관심한 중국인의 이중적 심성을 고발했다. 홍콩 밍바오(明報)는 24일 사설을 통해 “중국에서 견사불구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정부의 외래 인구 유입정책이 가속화되면서 외지인과 현지인 간 소통과 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도시에 대한 소속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