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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모범 노르웨이, 낯 뜨거운 '침실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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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모범 노르웨이, 낯 뜨거운 '침실 불평등'

입력
2011.10.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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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세계경제포럼 양성평등지수에서 2위를 차지한 세계 최고의 성평등국가 중 하나다. 동성애자 여성이 총리인 아이슬란드 다음이다. ‘삶의 질’ 지표에서 상위권에 단골로 오르는 이 나라는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한국(48%)의 두배 가까운 80%에 육박한다. 집권 노동당은 의원직과 당직의 절반을 여성에 할당한다.

그러나 남성 우월주의가 전혀 발붙이지 못할 것 같은 노르웨이에도 성 장벽을 절감케 하는 마지막 사각지대가 있다. 침실이다. 뉴욕타임스는 24일 가정 내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르웨이 여성들의 현실을 전하며 “성관계에서 남성 우위의 특권의식과 여성은 해방됐다는 현대적 관념이 양립하면서 가정 성폭력 문제가 두꺼운 침묵의 벽에 쌓여 있다”고 보도했다.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노르웨이 여성의 10%가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집에서 성폭행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성평등에 대한 국가적 자존감과 주위의 시선 때문에 성폭행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성폭력 피해대책 관계자들은 “사회활동이 활발한 중산층 여성들이 저소득층이나 이주 여성보다 오히려 대응이 미숙하다”고 지적한다. 배우자 강간은 폭력성에서 일반 성폭행 사건보다 훨씬 심각하다. 2009년 조사에 따르면 모르는 가해자에게 성폭행 당했을 때 상해를 입는 경우는 24%인데 비해 가해자가 과거나 현 배우자일 때 상해 비율은 40~50%에 달했다.

노르웨이는 부부간 강간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1997년 독일이 남편을 강간죄 주체에 포함시키고, 93년 노스캐롤라이나를 마지막으로 미국 50개주가 모두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형법에 배우자 강간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적 영역인 가정 문제에 당국이 간섭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성평등의 모범국인 노르웨이에서 가정폭력이 빈발하는 이유를 사적영역에서 성적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남성의 심리에서 찾는다. 성평등이 실현된 공적분야에서 남성들이 갖는 박탈감을 보상받으려는 심리의 일종이다.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아동ㆍ여성 학대연구소 리즈 켈리 소장은 “남녀 권력관계가 재편되는 과도기에는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된 폭력이 존재한다”며 “여성들이 돈과 지위를 얻으면서 남성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물리적 힘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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