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패 결과는 '박근혜 대세론'과 '안철수 바람'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상황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4일 맞대응 차원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틀 뒤에는 박 전 대표와 안 원장, 두 사람 사이엔 필연적으로 희비 교차 그래프가 그려지게 됐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우선 나 후보가 패배하고 박 후보가 승리하는 경우다. 여당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여당을 완전히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도 쇄신 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대대적 물갈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맨몸으로 '안풍(安風)'이란 이름의 변화 요구를 감당해 내야 한다. 시민사회세력이 안 원장이나 박 후보를 앞세워 바로 정치권의 안방으로 밀고 들어올 수도 있다.
4년여 동안 끌어온 '박근혜 대세론'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2012년 대선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박 전 대표를 포함해 여야 대선 주자들은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도 앞당겨지게 된다.
반면 나 후보가 승리하고 박 후보가 패배하면 변화의 폭은 작아질 것이다. 야당의 경우 후폭풍에 시달리겠지만 대역전극을 일궈낸 여당은 잠시나마 기쁨에 젖어들 수 있다. 박근혜 대세론은 더욱 공고해지는 반면 '안철수 바람'은 잦아들게 된다.
하지만 안풍이 완전 소멸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년 총선, 혹은 대선을 앞두고 언제든 바람은 다시 불 수 있다. 안풍의 근원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었고, 그 불신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박 후보 지원을 선언하는 순간 안 원장은 일단 정치라는 '링'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정치인 안철수'가 된 것이다. 한 여당 당직자는"안 원장이 이번에 박 후보 지원에 나서는 과정을 되짚어보면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겉으론 "가당치 않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계산에 따른 행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가 바로 정치 혹은 대선 행보에 바로 나설 것 같지는 않다. 아웃복싱을 구사하면서 시간을 끌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깨끗한 시민운동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박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뒤 상처를 입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안 원장은 일단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참신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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