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 캠프를 찾아 지지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 후보가 박빙의 혼전을 벌여온 만큼 안 원장의 '구원 등판'이 박 후보에게 일단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일부 이탈했던 안 원장 지지층이 결집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도 "무당파와 중도층의 표를 회복하고 기성 정치에 불신을 가진 보수층의 투표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안철수 바람'을 대부분 흡수한 만큼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도리어 보수 진영을 결집시키는 역풍을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일부 있다. 직접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고 캠프를 방문해서 응원하는 방식으로는 부동층이 거의 사라진 막판 판세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실기론'도 없지 않다.
박 후보 캠프는 안 원장이 20~40대 젊은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유도해 투표율을 최대 5%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민주당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전략으로 이탈했던 일부 젊은층이 되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나 후보 캠프는 "안 원장이 지난달에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으므로 '안철수 바람'은 이미 박 후보 지지도에 반영됐다"면서 "이번에 지지 의사를 재확인한 것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안 원장은 이날 오후1시 안국동에 있는 박 후보 캠프를 찾았다. 박 후보는 "너무 잘 오셨다"고 반갑게 맞았고 안 원장은 "너무 고생이 많다. 그래도 그런 과정 속에서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을 것"이라고 박 후보를 격려했다. 이어 안 원장은 "멀리서나마 계속 응원하고 있었고 응원을 드리러 왔다"면서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박 후보에게 건넸다.
캠프 관계자는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계기가 된 '로자 파크스'사건을 언급하면서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였다"고 말했다. 로자 파크스 사례는 공교롭게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5년 상원의원 시절부터 각종 연설에서 종종 인용해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후 20여분 간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 안 원장은 "투표율이 60% 이상이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1시 30분쯤 건물 밖으로 나온 안 원장은 기자들에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며 "투표의 꽃, 선거에 꼭 참여합시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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