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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美수출 '안개 낀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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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美수출 '안개 낀 활주로'

입력
2011.10.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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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미국 수출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 정부가 차기 훈련기 도입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당초 21일(현지시간) 국방획득이사회(DAB)를 열고 차기 훈련기(T-X)를 새로 구매할지, 기존 훈련기를 개량해 사용할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F-15, F-16 같은 전투기의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현재 미 공군이 사용하고 있는 T-38 훈련기는 노후기종이라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새 훈련기를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번에 DAB에서 방향이 정해지면 미 정부가 늦어도 2013년쯤 훈련기 기종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었다.

T-50을 공동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 록히드마틴은 이번 DAB에서 해외구매 결정이 나올 것으로 낙관했었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지난 달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T-X사업은 해외 구매로 결정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럴 경우 T-50의 경쟁력이 타 기종에 비해 앞서기 때문에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KAI측도 당시 "DAB의 결정은 거대한 미국 수출 시장에 물꼬를 터줄 것"이라고 밝혔다. T-50 생산에는 KAI가 70%, 록히드마틴이 30% 참여한다.

하지만 미 정부는 갑자기 DAB 일정을 다음 달로 연기하고 회의 안건에서 T-X사업을 아예 제외했다. 국방비를 삭감하는 상황에서 신규사업에 돈을 쓸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DAB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는 물 건너갔다"며 "언제 T-X사업이 DAB의 안건으로 올라갈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T-50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KAI는 5월 인도네시아와 16대의 T-50 수출계약을 맺으면서 "T-50의 수출목표는 1,000대다. 이 중 절반이 미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또한 T-50 도입을 타진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50대), 이스라엘(20~35대), 이라크(24대), 폴란드(16대) 모두 미 정부의 기종선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국 시장이 열린다면 타국으로의 수출은 한결 쉬워질 것"이라며 "반대로 미국에서 벽에 막힌다면 KAI의 수출 목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KAI의 한 관계자는 "일단 록히드마틴을 통해 미 정부의 진의를 알아내는데 부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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