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다시 보기 무서웠지만 그냥 놔두면 친구들이 다칠 것 같아 있는 힘을 다해 진술했다.'
'조두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11)가 법무부가 매년 여름 펴내는 범죄피해자백서 수기사례를 통해 직접 쓴 글을 공개한 사실이 24일 확인됐다. 나영이는 어린 나이에 악몽 같은 경험을 했지만 친구들을 먼저 걱정하는 의젓하고 성숙한 모습을 드러냈다.
나영이는 3년 전 끔찍했던 순간에 대해서도 적었다. '주변에 무서운 아저씨가 보이지 않아 온 힘을 다해 기어 나왔다.'
나영이는 성폭행의 상처 때문에 배변 주머니를 차고 다니면서 겪었던 불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왜 옷 속에서 비닐종이 소리가 왜 나느냐고 친구가 물었다. 그 뒤부터 주머니에 사탕을 몇 개씩 넣고 다닌다.' 주머니가 터져 온 가족이 고생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씻기 어려운 상처는 한 동안 나영이의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것 같다. '꿈에는 악마가 자주 나타나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나영이는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의사가 돼 다른 사람을 치료하고 싶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당시 8살에 불과한 나영이를 납치한 후 잔혹하게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하지만 12년 후 조두순은 다시 세상에 나온다.
나영이 아버지는 성폭행 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해 줄 것을 요구하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국회에도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포함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