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한국시간) 알링턴 레인저스 볼파크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차전 시구는 조금 특별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던졌고 놀란 라이언 텍사스 구단주가 받았다. 과거 텍사스 구단주이기도 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뒤져있는 고향 팀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직접 나섰다.
팀 로고가 새겨진 빨간 티셔츠를 입고 마운드에 오른 부시 전 대통령은 마치 레인저스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였다. 그는 부인인 로라 부시, 놀란 라이언과 함께 관중석에서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부시의 기를 받은 텍사스가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를 4-0으로 꺾고 시리즈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월드시리즈에서 두 팀이 2승2패로 팽팽하게 맞선 것은 2003년 뉴욕 양키스-플로리다 말린스전 이후 8년 만이다.
일등공신은 텍사스의 왼손 선발 데릭 홀랜드. 디트로이트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홈런을 3개나 얻어 맞았던 홀랜드였지만 이날은 완전히 다른 투수로 거듭났다. 불 같은 강속구와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절묘한 컨트롤을 앞세워 8과3분의1이닝 2피안타 7탈삼진 2볼넷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9회 1사후 라파엘 퍼칼에게 볼넷을 내준 홀랜드는 투수교체를 위해 올라온 론 워싱턴 감독에게 몇 차례나 고개를 가로 저으며 완봉승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그러나 워싱턴 감독은 미련 없이 마무리 투수 펠리스를 투입, 경기를 매듭지었다. 홀랜드의 투구수는 총 116개. 이 가운데 76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제구력이 완벽에 가까웠다.
타선에서는 1-0의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6회 3점 홈런을 터트린 포수 마이크 나폴리가 돋보였다. 나폴리는 홈런을 포함해 볼넷을 2개나 골라내며 세인트루이스 투수들을 괴롭혔다.
전날 경기에서 알버트 푸홀스의 3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팀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득점(16점)을 올렸던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이날 2안타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이번 가을잔치 들어 첫 영패. 포스트시즌 1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였던 챔피언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데이비드 프리즈가 3타수 무안타, 중심 타선인 푸홀스와 맷 홀리데이가 나란히 4타수 무안타에 그친 게 뼈아팠다.
승부의 분수령이 될 5차전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세인트루이스와 텍사스는 에이스인 크리스 카펜터와 C.J 윌슨을 각각 선발로 내세운다. 1차전에서는 카펜터(6이닝 2실점)가 윌슨(5와3분의2이닝 3실점)에 판정승을 거뒀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