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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민주화 대장정' 첫 발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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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민주화 대장정' 첫 발 내딛다

입력
2011.10.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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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ㆍ북아프리카발 민주화 혁명의 진원지 튀니지에서 23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자유 총선이 치러졌다. 1959년 제헌 의회를 구성한 이후 민주주의 절차에 입각해 50여년 만에 실시한 첫 자유 선거다. 튀니지가 ‘아랍의 봄’을 태동한 선도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이집트와 리비아 등 이제 막 민주화 실험에 나선 아랍 국가들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 외신은 “217명의 제헌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투표율이 90%를 웃돌았다”며 “민주주의를 향한 튀니지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도했다.

기록적인 투표율은 투표 개시 전부터 감지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현지 르포기사를 통해 “튀니지 전역의 투표소마다 국기를 흔들며 길게 줄지어 선 유권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수도 튀니스에서 3시간을 기다려 투표를 마친 알리 베르가우이는 “이날을 위해 50년을 기다렸다”며 “오늘이 튀니지의 진정한 독립일”이라고 말했다.

독립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참관인 5,000명 가운데 1,000여명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파견한 외부 인사로 구성해 공정성을 기했다. 선거 결과는 25일께 발표되는데 제헌의회는 1년 동안 민주 헌법 제정과 함께 헌법 발효 전까지 과도정부를 이끌 대통령을 지명한다.

그러나 선거 이후 튀니지가 민주주의 전환의 새 모델이 될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이슬람 정당의 득세가 아랍의 봄의 물줄기를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 언론은 온건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가 약 35%의 의석을 차지, 제1당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엔나흐다는 1990년대 벤 알리 정권의 극심한 탄압으로 활동이 정지됐다가 재스민 혁명을 계기로 급속히 민심을 파고들었다.

진보민주당(PDP) 등 세속주의 정당들은 엔나흐다가 집권할 경우 어렵게 쌓아 올린 자유의 가치를 훼손하고 이슬람 교리에 매몰돼 경제적 불평등 등 민생 문제를 도외시할까 걱정하고 있다. 선거 감시위원인 벤 체이크 라르비 하미드는 “튀니지 국민은 이슬람보다 온건한 정치적 관점을 원한다”며 “극단주의는 시민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나흐다의 승리는 내달 총선을 앞둔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이나 리비아 이슬람 세력의 세 확산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엔나흐다도 여성을 억압하지 않고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를 적절히 결합해 집권에 성공한 터키식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라치느 가누치 엔나흐다당 당수는 “이슬람의 교리를 사회에 억지 주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10개 정당에 1,100여명의 후보자가 선거에 나왔을 정도로 정당정치의 토양이 미약한 점도 튀니지의 험난한 국가 통합 여정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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