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치러진 대입 수시 1차 논술고사에서 일부 대학이 과거 본고사 수준의 어려운 문제를 출제한 데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들에 "논술을 어렵게 출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24일 "어려운 논술 고사로 인해 수험생의 부담과 사교육의 증가가 우려돼 공교육의 범위 안에서 논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출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연세대는 자연계 수리논술 시험에 집합, 평균값의 정리 등을 이용해 기울기, 최대값 등을 구하는 문제를 출제했는데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입시학원 논술팀장은 "기존 논술과 비교해 형식은 비슷했지만 난이도가 높아 제대로 답을 쓴 학생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화여대 인문계열1의 논술에선 영어 제시문으로 미국 사회학저널에 실린 논문이 출제됐다. 이 지문을 읽고, 제시문의 요지와 자신의 견해 등을 쓰는 것이었는데 지문내용이 크게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건국대도 인문계 논술에서 에 등장하는 사회화의 기본 개념인 '아비투스'에 대한 설명과, 명품 브랜드의 소비 선호도를 분석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자연계 논술에서는 '적분이나 면적 값을 구하라'는 등 창의적 문제해결력보다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특히 올해는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돼 각 대학들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논술을 어렵게 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교협은 다음달 치러지는 수시 2차 논술부터는 이 같은 학술논문 수준의 어려운 논술 문제를 출제하지 않도록 했다. 또 앞으로 논술고사를 출제할 때 고교 교사가 참여하는 등 고교-대학 연계를 강화해 줄 것을 권장했다. 대학 측은 고교 과정 내용이라고 생각해 출제한 논술문제 중에 고난도 문제가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또한 수험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고 논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출제 유형과 취지, 문항 수, 시험시간, 난이도 등을 예시문항과 함께 각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요청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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