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문제는 중층적이다. 인구가 많거나 적어서 문제인 나라가 있고, 점점 줄거나 늘어나는 추세여서 고민하는 나라도 있다. 인류의 출현 이후 세계 인구는 꾸준히 한 방향으로 변동(증가)해 지금의 70억명에 이르렀지만, 나라별 증감 양상은 매우 비대칭적이다. 어떤 방향이든 변동폭이 심하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의 지형을 뒤흔드는 불안정 요인이 된다. 설사 한 나라 안에서 적정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특정 지역에 몰린다면 이 또한 골칫거리다.
출산율, 사망률 등 1차 요인 외에 이민 전쟁 재해 등 2차 요인도 인구 변동에 큰 영향을 준다. 여권신장 등 사회적 요소나 골드러시, 대항해시대 같은 경제적 동기도 무시할 수 없다. 인구에 대한 고민이 백국백색(百國百色)인 이유다.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2005년 13억명을 넘어섰다. 예전에는 사람이 많아서 고민했지만 이제는 늙어가는 인구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 이후 중국 정부가 추진해 온 한 자녀 정책은 4억명의 인구증가를 방지했지만, 인구구조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할 경제활동인구를 나타내는 부양비율을 보면 2000년에는 청장년층 6명이 1명의 노인을 감당했으나 2030년에는 2명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9%대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성장을 완성하기 전에 고령화가 올 경우 미국을 따라 잡는다는 중국의 목표는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중국 인구가 2021년 13억8,000여만명에서 정점을 찍고 2100년에는 5억6,000만명으로 반토막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이 여실히 증명하듯 고령화와 경제성장이 함께 가기는 쉽지 않다.
현재 11억7,000만명인 인도는 2025년 13억9,600만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시된다. 2050년에는 16억9,0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과 달리 산아제한을 실시하지 않았던 인도는 2003년 이후 8~9%의 고성장을 지속해 재앙이 될 것으로 보였던 ‘과잉 인구’는 호경기를 이끄는 든든한 동력으로 바뀌었다. 국민 70% 이상이 35세 이하인 지금의 인구구조는 2020년에는 중위연령(연령 중간치)이 28세로 더 젊어져 중국(37세) 미국(45세) 서유럽(49세) 등 잠재적 패권 경쟁국보다 역동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물론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도시확장에 따른 범죄 급증이나 도시 거주민 중 위생시설을 갖춘 비율이 절반에 그치는 등의 부작용은 극복해야 할 문제다.
늙어가는 유럽은 인구정책에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유럽 고령화의 핵심 문제는 연금이다. 은퇴 이후의 여생이 20년 이상으로 늘면서 이들에게 지급할 연금은 급증하는 반면, 부양비율은 줄어들어 청년층의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진다. 결국 선택은 연금을 확 줄이거나 이민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수 밖에 없다. 출산율을 놓이지 않은 채 현재의 부양비율을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13억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예측도 있다. 유럽이 ‘유프리카(유럽+아프리카)’나 ‘유라시아(유럽+아시아)’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노동력이 부족해 동남아 등에서 저임금 노동자를 들여와 인구의 70%가 외국 태생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나 카타르 같은 나라들의 선례를 밟을 수 있다.
한국 역시 고령화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 저출산 국가인 한국은 현재 추세라면 2018년 4,934만명을 최고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다. 2026년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50년엔 총인구 4,234만명 중 38.2%가 노인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잠재성장률 저하는 불가피하고, 내수시장의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없기 때문에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심해질 게 확실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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