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한라가 2011~12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ALH) 시즌 초반 최대 고비로 여겨졌던 일본 원정 4연전에서 승점 7점을 따내며 선두를 유지했다. 일등공신은 골리 엄현승(27)이다.
일본 원정에서 한라가 따낸 승점 7점은 흔들림 없이 골문을 지킨 엄현승의 집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5일간 4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 게다가 두 차례나 연장전에 이은 슛아웃(승부치기)으로 승부가 이어졌지만 엄현승은 흔들림 없는 집중력으로 '한라의 수호신'임을 확인시켰다.
일본 원정 첫 경기부터 엄현승의 활약은 눈부셨다. 19일 구시로에서 열린 일본제지 크레인스와의 원정 1차전에서 연장 피리어드까지 무려 46 세이브(유효슈팅 방어)를 기록했고 슛아웃에서도 마지막 슈터 오바라의 슛을 막아내며 3-2 승리를 이끌었다. 20일 크레인스와의 2차전에서는 26세이브로 5-2 역전승을 지켜냈다.
22일 도마코마이로 장소를 옮겨 진행된 오지 이글스와의 원정 3차전에서 0-3으로 패배한 후 심의식 한라 감독은 엄현승의 체력 소모가 지나치다고 판단, 마지막 경기에서 백업 골리 기용을 검토했다. 그러나 경기 중요성을 고려할 때 엄현승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나선 23일 이글스와의 4차전에서 엄현승은 신들린 선방을 거듭하며 또 다시 3-2 슛아웃 승리를 지켜냈다. 연장 피리어드까지 38 세이브를 기록했고 슛아웃에서 상대 1,2번 슈터의 슛을 막아냈다.
엄현승은"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슛아웃에서는 비디오를 통해 상대 공격수들의 습관을 연구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일본 원정 활약의 비결을 밝혔다. 엄현승은 올 시즌 우승 트로피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내년 군 입대가 확정돼 마지막 시즌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엄현승은 지난 4월 헝가리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디비전 1(2부리그)에서 최우수 골리로 선정되는 등 경기력이 상승일로에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이후를 기약할 수 없다. 골리의 특성상 2년간 빙판에 서지 못하면 선수 생명은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상무 팀이 없어 엄현승과 같은 재능이 채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우울한 현실이다.
도마코마이=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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