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해방을 선포한 과도국가위원회(NTC)가 ‘이슬람 율법을 따른 새 국가’를 선언했다. 이는 “세속주의(정교분리)에 기반한 민주주의 정권을 만들겠다”며 서방의 무기 지원을 요청하던 3월의 입장과 바뀐 것이어서 ‘포스트 카다피’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무스타파 압둘 잘릴 NTC 위원장은 23일 “새로운 리비아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을 토대로 할 것”이라며 “이에 반하는 현행법은 모두 무효”라고 말했다. 잘릴 위원장은 주택 대출이자를 예로 들며 “이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아내를 또 얻기 위해서는 본처의 허락을 얻어 법원의 판결을 받도록 돼 있는 현행법도 무효화할 방침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은 1부4처제를 허용하되 이에 제한을 뒀으나 새 정부는 그 제한을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NTC의 고위 관계자는 “많은 젊은 여성들이 이번 전투에서 남편을 잃어 새로운 짝을 찾길 바란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외신들은 잘릴의 발언을 이슬람 무장세력과 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했다. NTC는 샤리아 체제를 원하는 보수 이슬람세력과 서구식 민주주의를 도입하려는 세속주의 세력으로 양분돼 있다. NTC는 카다피 축출이 완료되면서 서방의 군사지원 필요성이 없어지면 세속주의자가 다수인 지도부의 위상이 급격히 약화할 것을 우려한다.
NTC 지도부가 대중의 정서와 유리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을 맡은 적이 있어 젊은층의 반감을 사고 있다. 해외파인 마흐무드 지브릴 NTC 총리는 서방 편향적이라는 공격을 받는다. 일간 가디언은 시민군에 가담한 이슬람 무장세력이 카다피 추적과정에서 지브릴 총리의 지시를 여러 차례 무시했다고 전했다.
리비아는 30일 내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내년 6월 선거를 통해 제헌의원 200명을 선출, 제헌 헌법을 만들 예정이다.
한편 카다피의 후계자인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이 바니 왈리드 지역에서 시민군에 포위돼 체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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