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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27> 맨발의 마라톤 영웅 아베베 비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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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27> 맨발의 마라톤 영웅 아베베 비킬라

입력
2011.10.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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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달릴 뿐이다." 올림픽을 2연패한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

1973년 10월 25일 교통사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그의 장례식장에는 6만 5,000 여 명의 조문객들이 몰려와 그의 도전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기렸다.

32년 에티오피아의 해발 3,000m 고지대에서 태어난 아베베는 초원에서 소를 몰며 심장과 다리 근육을 키웠다. 황제를 호위하던 친위대 하사관으로 근무하던 중 골절상으로 출전이 어렵게 된 동료를 대신해 60년 9월 10일 로마올림픽에 참가했고 맞는 신발이 없어 맨발로 42.195km를 달렸다. 출발선에 선 69명의 선수들 중 무명의 아프리카 선수인 아베베를 주목하는 관중과 언론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는 마의 20분 벽을 깨고 2시간 15분 16초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결승점을 통과했다.

아프리카 흑인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흑인은 결코 장거리를 달릴 수 없다'던 전문가들의 편견을 한 방에 날렸다. 35년 자신의 조국 에티오피아를 침공했던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올린 쾌거였기에 검은 대륙의 환호는 더욱 컸다.

4년 뒤 도쿄올림픽 마라톤에 다시 출전한 아베베는 맹장수술후유증 속에서도 세계신기록을 3분이나 앞당기며 올림픽마라톤 2연패를 달성했다. 금메달 가능성을 낮게 본 일본이 미처 국가를 준비하지 못해 시상식장에서 일본 가요가 울려 퍼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69년 맨발의 영웅에게 불행이 찾아온다. 에티오피아 황제가 하사했던 폴크스바겐을 타고 가다 빗길에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이듬해 휠체어를 탄 채 양궁을 들고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다시 금메달을 따내며 인간 승리의 감동을 보여줬다. 시상대에 서서 "내 다리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지만 나에게는 두 팔이 있다"고 외치는 그의 모습은 전 세계의 팬들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성 요셉 공동묘지에 묻힌 그의 무덤 양쪽에는 올림픽 우승 장면을 묘사한 두 개의 동상이 서 있다. 60년 맨발로 달리던 로마올림픽과 64년 신발을 신은 도쿄올림픽 때의 모습이다.

에티오피아 말로 '피는 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베베 비킬라. 이름만큼이나 그는 긍정적 사고와 강인한 의지를 지닌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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