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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타이거 우즈와 바비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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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타이거 우즈와 바비 인형

입력
2011.10.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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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겠습니까? 아버지가 반은 흑인이고 나머지 반은 중국인과 아메리칸 인디언의 혈통이죠. 어머니는 반은 태국인이고 4분의 1은 중국인, 나머지 4분의 1은 네덜란드계의 피가 섞인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바로 그 때문에 당신은 '미국의 아들'인 것입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1997년 자신의 토크쇼에서 타이거 우즈에게 한 말이다. 미국은 다인종, 다문화 국가이며 타이거 우즈의 혈통이야말로 그 증거라는 것이다.

PGA투어 통산71승을 기록한 골프 황제는 섹스 스캔들 이후 슬럼프에 빠져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자라면서 청소년기의 건강한 정체성을 만드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팬들로부터 '스윙보다 머릿속을 바꾸어야 한다'는 비아냥을 듣게 된 우즈야말로 다문화 가정의 취약성을 보이는 일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즈는 많은 종족의 피가 섞인 무지개 같은 사람이다. 우즈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조언 한 대로 골프보다 더 유익한 일을 하고 싶어 했다.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긍지와 자존심을 심어주고자 타이거우즈 재단을 운영한 사실은 골프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이다.

우즈만큼 다양하진 않지만 우리 역시 여러 민족과 인종이 서로 섞여 사는 다문화 시대를 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성사되는 결혼 7쌍 중 한 쌍은 다른 인종이나 민족 간 결혼이다.

최근에는 많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소아정신과를 찾는다. 이 아이들의 엄마인 결혼이주 여성들은 이웃과 친척들의 문화적 편견과 배타성으로 상처받은 경험을 호소한다. 행복하지 않은 엄마의 마음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아이도 병든다.

딜런은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미국인이다. 회사일로 서울에서 장기 체류중이던 딜런의 아빠를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다. 딜런의 엄마는 결혼 후 미국에서 문화적 이질감과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 행복하지 않았다. 딜런도 마음의 병을 얻었다. 엄마 아빠의 국적만 바꾸면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과 꼭 같은 상황이다.

"일본은 어떤 나라죠?" "나쁜 놈이요" "중국은?" "음식에 이상한 것을 넣는 나라" "흑인은?" "무서운 사람들" 우리나라 유치원아이들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다문화 이해 교육 강사들과 주고받은 말이다. 유치원 교사들에 따르면 실제 유아들이 갖고 있는 외국인 편견은 우려할 수준이라고 한다.

호주 시드니의 유치원에는 50여 국적의 이민자 자녀들이 한 교실에 모여 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부모의 국적만큼 다양한 피부색의 인형을 가지고 논다. 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해 전 세계 130가지 문화를 소개하는 1,000여종의 교구도 준비되어 있다. 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무지개 친구' 들의 옷차림과 피부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인형은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좋은 친구다. 우리나라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들은 거의 금발의 백인인형들이다. 흑인인형은 물론이고 황색인형도 찾기 어렵다.

올해 쉰 두번째 생일을 맞이한 바비 인형은 금발의 백인일색에서 흑인 바비와 동양인 바비처럼 더 다양한 피부색으로 바뀌고 있다. 시대변화에 발맞추어 피부색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종적 편견을 없애는 교육투자는 영유아기에 시작되면 더욱 효과적이다.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과 친숙해지려면 유치원에서부터 다양한 피부색의 인형들과 놀게 해야 한다.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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