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대륙이 얼마나 넓은지 잘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반적 상상을 초월하는 넓이다(3,000만㎢). 세계지도에서 북극 주위에 몰려 있는 러시아(1,700만㎢), 캐나다(997만㎢), 알래스카지역(153만㎢)를 합친 것보다 훨씬 넓다. 미국과 중국(각 960만㎢), 서유럽 전체(500만㎢)와 인도(316만㎢)를 합친 것보다도 넓다. 그런 아프리카가 '크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의 세계지도에서 왼쪽 끝에 위치해서도 그렇지만 위도를 기준으로 원통 형태로 쪼개 세계지도를 그렸기 때문이다. 둥근 지구본을 보면 아프리카대륙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 유엔이 10월 31일을 '70억 인구의 날'로 정했다. 70억이라면 어른 아이 모두 인간 띠를 만들 경우 적도를 260바퀴 이상 돌 수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현생인류의 출현을 약 4만년 전으로, BC 8000년 경의 세계인구를 500만 명으로 추정했다. 서기 1년에 2억 명으로 추산됐던 것이 1800년 지나 10억 명이 됐다가 다시 200여년 후에 70억 명이 된 것이다. 산업혁명 과정에 살았던 맬더스(1766~1834)는 불과 50년 전(1750년)에 8억 명이었던 인구가 10억 명이 되는(1805년) 과정을 보면서 "인구는 기하급수적, 식량은 산술급수적 증가"라고 경고했다.
■ 200여년 전 맬더스의 경고가 '70억 인구의 날'을 앞두고 가장 적나라하게 적용되어 가는 곳이 아프리카대륙이다. 전세계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대륙에서 중국 인도가 그 절반 이상이며 증가추세는 꺾이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중국 인도는 인구와 식량 관계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과 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와는 달라 보인다. 2007년 아시아 인구 40억, 아프리카 8억이었으나 2050년엔 아시아 52억, 아프리카 18억 명이 된다고 한다. 아시아 인구가 30% 늘어나는 동안 아프리카는 125% 증가한다는 얘기다.
■ 그 넓은 땅덩어리에 그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늘어난다면 아프리카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구와 식량 관계를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미래사회의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겠다. '70억 인구의 날'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심각한 딜레마를 안겨 주고 있다. 국가 단위 우리(남한)의 인구는 1950년에는 세계 24위였으나, 2007년엔 26위로 됐다가 2025년엔 31위, 2050년엔 44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인구는 갈수록 급증하는데 우리는 갈수록 격감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거시적인 담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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