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누구나 알 만한 전도연의 화려한 이력이지만 칸영화제에는 여우주연상도, 남우주연상도 없다. 단지 최우수여자배우상(Award for Best Actress)과 최우수남자배우상이 있을 뿐이다. 당연하게도 남녀조연상은 없다.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언급도 사실과 다르다. 칸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일컬어지는 베를린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도 최우수남녀배우상만을 시상한다. 이론적으로는 주연이 아니더라도 영화 출연자 누구나 잠재적인 수상 후보인 셈이다. 이란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상영 중)의 남녀 출연진 모두가 올해 베를린영화제 최우수남녀배우상을 공동 수상한 사실이 좋은 예다.
영화제에 당연히 남녀주연상과 남녀조연상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등 국내외 여러 영화상에서 비롯됐다. 아카데미영화상은 남녀주연상과 남녀조연상을 'In a Leading Role'과 'In a Supporting Role'로 각각 명확히 구분해 상을 준다.
세계 3대 영화제의 최우수남녀배우상 수상은 영화제 경쟁부문에 참여한 영화 속 배우들 중에서 가장 출중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증표라 할 수 있다. 주연과 조연으로 나눈 수상보다 훨씬 권위 있어 보이는 이유다.
'정부가 주관하는 영화부문의 유일한 상'임을 자부하는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이 지난17일 있었다. 대종상답게 역시나 올해도 잡음이 나왔다. '써니'의 심은경이 미국 유학 중이라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한다 했다가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면서 작은 파문이 일었다. 심은경이 '로맨틱 헤븐'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일단락된 듯했지만 장진 감독이 대종상의 운영 행태를 꼬집으며 다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대종상은 예전에도 수상 후보 선정과 수상자 결정 등을 놓고 워낙 말이 많았으니 개선의 노력을 계속하리라 믿는다(아니 믿고 싶다). 다만 배우에게 주는 상은 좀 줄였으면 좋겠다. 남녀주연상과 남녀조연상에, 신인남녀배우상, 토요다 인기상 등 대종상의 배우 관련 상은 7개나 된다.
많은 상에서 인심이 날지 모르겠다. 하지만 권위는 상의 수에서 나오지 않는다. 매번 논란에 휩싸이는 영화상이라면 트로피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녀배우 4명에게 인기상을 몰아주는 청룡영화상도 있다고? 그래도 가장 오래된 영화상이 먼저 나서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 지난해 3억4,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깎인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도 복원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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