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이 단단히 뿔이 났다. 서울 영등포구 장례식장 비리, 인천 조직폭력배 난동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 등 최근 경찰 조직 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가 계기가 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조직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사안들이어서 청장 지시에 따라 어느 때보다 높은 강도의 감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24일 "조폭들의 단순한 우발적 충돌로 보고 받았는데 TV를 통해 칼부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현장 경찰이 적당한 수준에서 덮고 감춘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만큼 허위ㆍ축소 보고 관행을 없애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폭 숫자가 많다고 출동한 경찰관이 위축돼 제대로 된 경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런 직원들은 우리 조직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같았으면 청장의 발언이 '엄중 문책' 정도의 수위에서 그쳤을 것"이라며 "'조직에 필요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찰은 감찰라인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출동 경찰의 상황 통제 문제, 적절한 경찰력 배치, 현장 지휘부의 대처, 축소 보고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실 대응도 문제지만 당시 상황을 본청에 축소 또는 허위로 보고한 부분을 청장은 더욱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이 이처럼 강수를 놓는 배경에는 수사권 조정 문제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교롭게 경찰의 날(21일) 기념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를 통해 경찰을 명실상부한 수사 주체로 거듭 확인한 직후 두 사건이 터졌다"며 "경찰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경찰의 발목을 잡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난투극 가담 조폭 24명 검거
한편 이날 서울남부지검은 변사자 시신을 더 받기 위해 경찰관에게 돈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전직 경찰관인 영등포구 장례식장 업주 이모(54)씨를 구속했다. 또 인천지방경찰청은 다른 폭력조직의 조직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조직원 A(34)씨를 구속하는 등 난동에 가담한 양측 조직원 24명을 검거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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