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않아 우리나라 신용카드에서 '비자'나 '마스터'로고 대신 '유니언페이'로고가 자주 눈에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국영 독점 신용카드사인 인롄(銀聯)카드(영어명 Union Pay)가 결제수수료 '공짜'를 앞세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카드 가입자들은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국제적 결제망을 갖춘 비씨나 마스터카드에 사용료를 결제액의 1%씩 추가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인롄카드 국내 제휴카드로 중국에서 결제할 경우 1%의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어 특히 중국을 자주 찾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이익이 된다.
인롄카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에서 비자카드의 재발급을 중단키로 했다. 세계 카드결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비자카드(66.1%)ㆍ마스터(25.2%) 양사와 정면대결을 통해 후발주자란 꼬리표를 떼고 세계 1위로 앞서 나가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롄카드는 지난해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5개국과 제휴를 맺고 카드를 발급한 데 이어 올해 브루나이에서도 인롄카드를 선보였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는 건 인롄카드가 중국 88개 은행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중국 유일의 카드사라는 든든한 배경 때문이다. 독점이다 보니 자국 내에서 출혈 경쟁할 필요가 없고, 정부 지원 하에 얼마든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김진희 인롄카드 한국대표부 회원사사업기획 팀장은 "올해 1분기 승인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급증한 541조3,680억원에 이른다"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넓혀나가는 게 목표"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선 비씨카드와 관계를 돈독히 하며 비자카드를 견제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국내 모든 자사 가맹점에서 인롄카드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23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비밀번호 입력기를 별도로 설치한 가맹점에서만 인롄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 회원 확대의 걸림돌이 돼 왔다. 비씨카드 측은 "결제가 편리해진 덕에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롄카드는 2008년 국내 카드사 가운데 처음으로 비씨카드와 제휴를 맺었다. 양사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가까워진 건 올 6월 비씨카드와 비자카드가 수수료 문제로 충돌하면서부터다. 비자카드는 "비씨카드가 계약상 해외에서 고객이 사용한 대금은 자사 지불결제 전용선(비자넷)을 무조건 거쳐서 결제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미국과 중국에서 현지 제휴사 네트워크를 이용했다"며 비씨카드에 1억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했다. 여기서 문제가 된 중국 네트워크사가 바로 인롄카드다. 비씨카드는 "비자넷을 통하면 해외 결제액의 1%를 고객이 수수료로 더 부담해야 하므로 수수료를 내지 않는 인롄카드의 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비자카드를 제소했다.
인롄카드는 즉시 비씨카드를 적극 지지하는 성명서를 내놨고 이후 8월엔 중국 내 비자카드의 재발급을 전면 중단키로 의결했다. 한국 내 수수료 분쟁을 빌미로 세계최대 시장으로 급성장 중인 중국에서 비자카드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인롄카드는 최근 롯데카드와도 포괄적 제휴(MOU)를 체결했다. 롯데인롄카드는 12월 첫 출시 예정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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