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사촌간 분가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최신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 등이 그룹사를 나눠 맡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ㆍ창원 회장 형제는 사촌간이다. 최태원 회장은 SK텔레콤(통신)과 SK이노베이션(정유) 등 그룹 주력사를 갖고 있고, 최신원 회장은 SKC 계열을 맡고 있다.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 SK건설 SK가스 3사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다. 이번에 계열분리를 주도하는 곳은 최창원 부회장 쪽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SK케미칼과 SK가스, SK건설 3사의 인사부문을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통합인사팀은 SK건설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관계자는 "회사의 두 축은 인사와 재무인데 인사를 통합한다는 건 3사를 소그룹화하겠다는 뜻"이라며 "분가를 위한 준비작업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3사만의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완공한 판교 신사옥 내 '그리움'홀에서 정기 문화공연을 열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SK가스가 가세했다. SK가스는 '설레임'이란 타이틀이 붙은 공연을 이곳 '그리움'홀에서 개최한다. SK가스는 현재 서울 서린동 SK그룹 사옥에 입주해 있지만, '설레임'공연이 있는 날이면 전 직원이 단체버스를 타고 판교로 이동한다. 또 SK건설의 신입사원들도 SK케미칼의 그리움홀에 모여 최창원 부회장과 대화를 가졌다. 이 같은 일련의 활동은 모두 "같은 문화를 공유해야 한다"는 최창원 부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SK그룹 내에선 그룹창립 60주년을 맞는 2013년 이후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창원 부회장 산하 3사의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분가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걸림돌은 지분정리다. 최창원 부회장의 3사 가운데 SK건설의 지분 40%를 그룹 지주사인 SK홀딩스가 소유하고 있으며, SK케미칼도 지분 0.37%를 최태원 회장이 갖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이 지분도 조만간 SK건설과 SK케미칼 측이 사들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 계열 분리를 가장 강하게 원하는 쪽은 최신원 회장 측이다. 최신원 회장은 올해도 2차례에 걸쳐 적은 양이나마 SKC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보유지분이 3.5%에 불과하다. 최대주주는 42% 지분을 가진 SK홀딩스로, 실질적 경영은 최신원 회장이 맡고 있지만 여전히 지분구조로는 최태원 회장의 손에 있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SK케미칼 계열 3사는 자금여력 등이 충분하기 때문에 최신원 회장보다는 최창원 부회장 계열이 먼저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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