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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2% 채워라" 문학출판사들 인문학시장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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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2% 채워라" 문학출판사들 인문학시장 러시

입력
2011.10.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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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서적의 대우가 달라졌다. 몇 해 전만 해도 인문 서적은 초판 2,000부를 소화하지 못하는 등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지만, 최근 출판계에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변화의 진원지가 문학출판사라는 점이다.

문학동네는 해외 인문사회 고전을 번역 소개하는 총서를 준비 중이다. 이미 지난해 초 인문팀을 꾸려 4,5종류의 인문총서 시리즈를 기획했고 지난주 출간된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을 시작으로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엑스쿨투라', '전쟁과 인간', '사회적 관심' 등 시리즈를 차례대로 선보일 예정이다.

문학동네 고원효 부장은 "인문총서는 장기투자가 필요하지만 한번 담론이 만들어지면 100년 가는 스테디셀러가 된다"고 말했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은 독일작가 빌헬름 라베의 <포겔장의 서류들> 을 시작으로 조르주 페렉(프랑스)의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이탈리아)의 <다뉴브>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소설에 가깝지만 에세이나 비평으로 보아도 무방할 만큼 자유로운 형식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인문학 시리즈도 여럿 발간한다.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 , 프레드릭 제임슨의 <단 한번뿐인 근대성> 등 내로라하는 고전은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시리즈로 출간된다.

수전 벅모스의 <헤겔, 아이티, 보편사> , 페테르 상디의 <주크박스의 철학-히트곡의 비밀> 등 최근 서구 지성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지식인의 최신작은 '엑스쿨투라(Ex Cultura)'시리즈로 나온다.

자음과모음은 국내 젊은 인문학자들의 비평서를 총서로 발간하고 있다. 지난 3월 음악평론가 최정우씨의 <사유의 악보> 를 시작으로 건축가 박해천씨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 문화평론가 이택광씨의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등이 이 이름을 달고 나왔고, '인터넷 서평꾼'으로 알려진 이현우 한림대 교수의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도 조만간 출간된다. 자음과모음 측은 "철학, 사회과학, 예술 등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의 인문학을 지향하는 총서"라고 설명했다.

실천문학은 최근 나온 문예지 <실천문학> 가을호를 문학작품 없이 인문ㆍ사회과학 비평만으로 채우는 파격을 택했다.

'2000년대의 마지막 말들'이란 주제 아래 리먼브라더스, 황우석, 9ㆍ11사건, 월드컵, 촛불항쟁, 용산참사, 삼성공화국 등 15개 키워드로 세계, 그리고 한국사회의 지난 10년을 되짚었다. 겨울호 역시 신작 시, 소설 없이 비평과 인문학자 대담을 엮어 펴낼 계획이다.

1980년대를 풍미한 인문학총서 '실천신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매달 문(文)ㆍ사(史)ㆍ철(哲) 이론가를 초청해 독자, 편집자들이 함께 공부하는 '실천포럼'도 열고 있다. 내년 중 포럼 내용을 모아 출간할 예정이다.

인문ㆍ사회과학과 문학 서적을 함께 출간해온 창비는 올해 '창비 사회인문학평론상'을 신설했다. 기존 문화ㆍ문학평론가와 대비되는 인문ㆍ사회과학 평론가를 발굴하고 키우겠다는 취지다. 이번 주 중 당선자를 발표하는데 경쟁률이 30대 1을 넘었다는 후문이다.

백영서 주간은 "사회 현상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거시적 안목의 비평가를 키우자는 취지"라며 "최종 목표는 사회인문학이라는 학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출판사들의 '인문학 러시'에는 우선 지식인사회 담론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현우 교수는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로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되면 고급담론을 다루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당장 매출로 이어지지 않아도 출판사의 지명도를 높이고 향후 영향력 있는 작가를 섭외하는 데도 유리해 장기적인 투자 차원에서 인문학에 주목한다는 설명이다.

줄어든 순문학 매출을 만회하려는 돌파구로 인문학에 주목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최근 순문학 시장은 웬만한 중견 작가의 신작도 초판 3,000부를 다 팔기 어려울 만큼 위축됐다. 이에 비해 이름있는 해외 인문서는 특별한 홍보 없이도 5,000부 가량 팔린다. 실천문학 이명원 주간은 "최근 순문학 시장이 대형 작가 몇 명에 휘둘리는 반면, 인문서는 고정독자층이 형성돼 있어 작가의 영향을 덜 받고 적게라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출판사들이 군소 인문출판사들이 섭외 중인 인문서를 더 높은 가격에 계약하거나 젊은 필자들을 대거 데려가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이명원 주간은 "대형출판사들이 비슷한 컨셉트로 인문학시장에 진입해 양질의 인문서를 싹쓸이하는 것에 문제는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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